안성시가 10억 원을 지원해 천민 신분으로 정삼품 벼슬까지 오른 조선시대 최초의 스타 연예인 '바우덕이'를 영화로 제작해 안성시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안성을 홍보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의회에서 발목이 잡혔다.

지난달 23일 안성시의회 조례 등 심사특별위원회는 바우덕이 영화 제작비 15억 2,900만원 가운데 안성시가 10억 원을 지원하는 ‘바우덕이 영화제작을 위한 업무협약 동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했지만 반대 4명, 찬성 3명으로 부결시켰다.

민주주의 방식인 표결에서 부결됐으니 더 이상 할 말은 없지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심사특별위원회의 모 의원은 바우덕이 영화를 제작하면 인구가 유입되고 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냐며 따져 묻기도 했단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헛웃음만 나온다.

이 같은 논리라면 적자에 허덕이며 안성시의 형편에도 맞지 않는 안성맞춤 아트홀도 운영도 중지해야 한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인구 유입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문화공연도 할 필요가 없다. 또, 시민들의 문화예술 활동에도 한 푼도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다.

개인이나 단체를 지원해달라는 것도 아니다. 안성처럼 확실한 캐릭터와 문화 콘텐츠가 존재하는 지자체도 극히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일례로 모 방송국의 드라마에서 안성의 전통사찰이 배경으로 방영되자 주말이나 휴일이면 엄청난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인구유입에 도움이 안 된다는 해괴한 발언으로 좋은 기회를 놓쳐버린 의원님들께 앞으로 안성은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지 묻고 싶다.

안성은 지금까지 안성마춤이란 브랜드로 한우, 배, 포도, 인삼, 쌀 등의 지역특산물을 팔고 있다. 하지만 다른 고장도 안성과 비슷한 특산물들이 있어 사실 안성을 대표하는 특산물이라 할 수 없으며 경쟁력도 없다는 게 정설이다.

안성한우가 유명한들 정작 안성에는 값싸고 맛있게 먹을 곳이 없다. 안성한우 전문 판매점도 없다. 가격도 엄청 비싸다. 안성한우만 파는 한우타운도 없다. 그런데도 안성한우가 유명하단다.

앞으로 마케팅 전략이 없는 지자체는 살아남기 힘들다. 따라서 소비자를 지역으로 끌어들이고 이를 마케팅과 연결하려는 노력이 농촌지역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필수 요소가 된 시대에 지역 캐릭터나 콘텐츠를 기반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은 시스템적이고 소프트웨어적인 최상의 발상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어느 지역이나 소비자를 끌 수 있는 자원은 지니고 있다. 문제는 이를 구체화하고 상품화하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수년전 황은성 시장 시절 바우덕이 드라마 제작을 추진했다가 시민 여론에 밀려 포기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안성시는 수도권에 속해있는 몇 안 되는 청정 지역이다. 더구나 1년에 몇일을 사용하기 위해 1천 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 안성맞춤랜드보다 10억 원이 투입되는 영화제작이 가성비면에서 훨씬 승산이 있다.

또한 지자체, 여행자, 연구자 등 이해 당사자 모두가 캐릭터와 콘텐츠개발이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파트너로서 협력하는 것이 경쟁력을 갖추는 우선순위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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