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신문 강숙희 기자

[경인신문 = 강숙희 기자] 비가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 추워도 걱정, 더워도 걱정, 테스 형 세상이 왜이래…

따뜻한 아랫목이 그리운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형편이 그리 넉넉지 못한 이들에게 특히 겨울을 나는 일은 만만치 않다. 겨울이 다가오니 김장할 일도 벌써부터 걱정이다. 식구가 적은 가정에서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대가족이 모여 사는 가정에서는 그야말로 큰 걱정거리가 김장하는 일이다. 이런 꼴 저런 꼴 안 보려는 새댁(젊은 층)들은 아예 만들어진 김치를 사먹는 추세다.

특히 겨울만 되면 곳곳에서 김장 나눔이니, 성금 모금이니 하는 행사들이 눈에 많이 띈다. 하지만 비슷한 성격의 행사들이 겹치다보니 보여주기 식 행사라는 지적도 있다. 암튼 어려운 이웃들을 위하는 일이니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예전엔 겨울을 나려면 뭐니 뭐니 해도 광에 연탄이 빼곡히 쌓여있고 장독에든 김장김치가 땅에 묻혀 있어야 마음이 든든했다. 그런데 요즘 날은 추워오는데 배추 값이 심상치 않다. 아마 올 여름 긴 장마 탓일 것으로 생각이 든다.

농사는 날씨와 자연 조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산업으로 폭염, 가뭄, 폭우, 폭설, 이상기온 등 기상이변이 발생할 때마다 그 취약성이 쉽게 드러나고 있다. 올해 유난히도 길었던 장마로 채소와 과일 값이 예사롭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 포기에 1만원을 상회했던 배추와 무 등 주요 김장재료의 가격이 기상 여건 호조와 가을배추 초기 물량 출하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주부들은 아직도 선뜻 구입하기가 어려운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앞서 배추 가격은 올해 추석을 앞두고 급등했다. 불과 1개월 전인 9월12일에는 10㎏ 평균 2만 6천620원에 거래되는 등 평년 9천855원이던 배추 가격이 크게 올랐다. 지난해 1만 5천원 수준이던 배추가격은 올해 평창, 강릉, 태백, 정선 등에서 재배된 고랭지 배추의 재배면적 감소와 긴 장마, 연이은 태풍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평년 대비 가격이 높게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주요 언론에서는 다가오는 김장철 배추를 비롯한 김장 재료값이 폭등할 것이라고 연이어 보도하고 있다. 특히 일부 언론에서는 포장 김치 생산업체들이 이익률 하락 우려에 울상을 짓고 있다는 기사를 내놓기도 했다. 배추 값 인상으로 소비자들이 포장 김치를 많이 찾을 전망이지만 가격이 너무 올라 각 업체들도 남는 게 많지 않다는 내용이다.

올해 고랭지배추 재배면적은 4천669㏊로, 평년보다 7% 감소했고 생산량은 3천990t으로 이 또한 평년보다 14% 감소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기에 1개월 전 30㎏당 90만원에 달했던 건 고추 역시 80만1천원으로 가격을 내렸으며 깐 마늘(국산·20㎏)의 가격은 13만7천667원, 대파(1㎏) 3천182원으로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배추 수급은 10월 중순 이후 가을배추 출하와 11월과 12월에 고랭지 배추가 본격 출하되며 가격도 적정 수준으로 형성될 전망이어서 올해 김장배추 대란은 없을 것으로 예상들 하지만 어디까지나 예상은 예상이다. 없는 살림에 김치라도 마음 놓고 먹으려면 배추나 고추 등 김장재료라도 값이 오르지 말아야 할 텐데 주부로서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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