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숙희 기자
                                                       ▲ 강숙희 기자

[경인신문 = 강숙희 기자] 2020년 9월 30일 KBS 2TV에서 기획한 ‘2020 한가위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특별공연’이 끝난지 보름이 다 되어도 여흥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역시 가황 나훈아였다. 장장 2시간 반 동안 29곡을 선사하며 최고의 시청률과 함께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70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열정이 넘쳤으며 그 동안의 가수활동을 집대성 한 무대였다는 찬사가 쏟아졌고 당시 한가위 연휴를 맞은 국민들은 그 동안 힘들었던 일상을 잠시 잊은 체 나훈아와 한 몸이 됐다.

특히 공연 중 그가 던진 말 한마디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쓰나미가 되고 있다. 그의 발언이후 수많은 언론사와 정치인들로부터 호평과 비판을 동시에 받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훈아는 자신의 발언 취지에 대해 굳이 변명도 해명도 하지 않았다.

지난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식전행사로 열렸던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가수 나훈아를 초청했다. 하지만 그는 가지 않았다. 이유는 “스케줄이 바빠서”였다.

앞서 1996년 오사카 공연에서는 ‘독도는 우리 땅’을 외치기도 했다. 당시 나훈아는 ‘쾌지나칭칭나네’를 부르기 전 관객들에게 자신이 하라는 대로 해 달라며 당부의 말을 건넸다. 그러면서 “누가 뭐래도 우리 땅.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선창했다. 이 일로 일본 우익단체와 야쿠자들에게 많은 협박도 당했지만 나훈아는 개의하지 않았다.

또한 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 파티에 연예인, 가수, 클래식 연주자, 패션모델들이 초청됐는데 이를 거절하는 가수는 거의 없었지만 나훈아는 거절했다고 한다. 그는 “나는 대중 예술가다. 내 공연을 보기 위해 표를 산 대중 앞에서만 공연하겠다. 내 노래를 듣고 싶으면, 공연장 표를 끊어라”며 거부했다. 이 유명한 말은 2010년 김용철 변호사가 쓴 ‘삼성을 생각한다’에 나온다.

그는 국민과 대중을 위해선 최선을 다하지만 힘 있는 자의 지시, 권력자들을 위한 특별 이벤트는 언제나 단호하게 거절했기에 이날도 공연도중 많은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거침없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날도 KBS를 향해 “이것저것 눈치 안 보고 국민을 위한 방송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하며 “역사책에서도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왕이나 대통령은 한 사람도 본 적 없다. 나라를 지킨 건 바로 여러분이다.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가 생길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위정자'라는 말은 '위선의 정치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단지 나훈아가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알 수는 없다. 다만 자신의 발언을 절대로 편집하지 못하게 했다는 걸 보면 분명 작심하고 한 말이 틀림없다. 덕분에 국민들은 대리만족이라는 효과를 얻었다는 평이다.

만 73세 나훈아. 나훈아는 이날 부른 신곡에서 소크라테스를 ‘테스 형’이라고 불렀다. 테스 형이라는 노랫말에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는 듯하다.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아!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아 테스 형/ 테스 형/ 소크라테스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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