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신문 대표 박우열

          ▲경인신문 박우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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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신문= 박우열 기자] 치산치수(治山治水)…산천을 잘 다스려서 가뭄과 홍수 따위의 재해를 미리 막는 일

유래 없는 긴 장마가 50일을 훌쩍 넘어가며 최장 장마라는 기록을 단숨에 갈아 치웠다. 기상청이 생긴 이래 첫 번째다. 기록갱신과 함께 대한민국 곳곳에서는 엄청난 재산과 인명피해가 발생하며 한순간 아비규환이 됐다.

장마철만 되면 되풀이 되는 모습들. 산사태로 토사가 집안으로 밀려 들어와 살림살이가 온통 흙덩이에 묻혀 어느 것 하나 사용할 수 없고, 농경지가 침수되어 한 해 농사를 망친 농민들의 절규, 철로가 끊기고 도로 곳곳이 무너진 풍경, 가옥이 침수되거나 파손되어 마을회관이나 학교 체육관에서 밤을 지새우는 이재민들, 어느 것 하나 달라진 게 없다.

얼마 전 중국 남부의 지속적인 장마로 거대한 강이 범람해 우리나라 인구수 보다 많은 6,000만 명이 넘는 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당시만 해도 우리는 강 건너 물 구경이었다. 그러나 그 상황이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한반도에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는 것을 과연 예측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중국은 태고부터 치수를 정치의 틀로 삼아왔다. 하지만 속절없이 물난리를 당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우리나라는 미리 대비했어야 했다. 낡은 제방은 없는지, 배수펌프 작동은 잘되는지,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질 때를 가정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췄어야 했다.

중앙정부나 지자체에서 대책을 세울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기하여 피해가 발생했다면 그것은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다. 그래서 이번 장마를 두고 인재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동안성 지역의 피해상황만 보더라도 당시 각 언론을 통해 폭우가 있을 것으로 예보됐지만 안성시청이나 해당 면에서는 비상근무는커녕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지난 2일 새벽을 기준으로 일죽, 죽산, 삼죽면 등 동안성지역은 시간당 강수량이 60~100mm로 물 폭탄을 쏟아 부었으며 이로 인해 산사태와 농경지 침수 등 곳곳에서 재산과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더구나 일죽면소재지 침수의 원인이 배수펌프 미작동이라는 주민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어 천재지변에 이은 인재(人災)였다는 원망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해 복구에 온 시민들이 나서고 있다. 아니 외부에서도 안성지역의 수해복구를 도움을 손길을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을 정치인들의 사진 찍는 장소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누군가의 생명이 달렸고 생계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제 치수(治水)를 기치로 살펴야 한다. 예산 반납을 핑계로 멀쩡한 보도블록만 교체하려 하지 말고 기후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대한 치산치수에 신경 써 최악의 상황을 염두 해 둬야 한다. 난개발의 부메랑은 꼭 돌아오기 마련이다.

코로나19가 인간의 생명을 위협할 줄 누가 예측했을까? 기록적인 사망자 수와 경제적 침체라는 살인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젠 기후다. 언제 어디서 지구의 역습이 올지 모른다. 물을 잘 다스리는 나라가 선진국이 될 수밖에 없다. 물조차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정부가 얻을 수 있는 건 국민들의 분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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