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경기도 연천군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남쪽으로 3㎞ 정도 떨어진 곳에서 또다시 발견된 야생 멧돼지 폐사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이로써 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멧돼지는 10마리로 늘어났다.

 

지난 9월 13일 파주시 파평면의 한 돼지농장, 농장주가 돼지 다섯 마리의 이상 증상을 발견했다. 발열이었다. 13일과 15일 이틀 동안 주사제(대사 촉진제)를 처방했다. 나흘째인 16일 모두 폐사했다. 폐사한 돼지의 부검 결과를 확인한 수의사가 다행히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었다. 농장주는 그날 밤 곧바로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신고를 했다.

 

“최초 신고 농장과 수의사의 행동은 탁월했다. 농장주는 돼지가 열이 나고, 피부가 이상해지고, 이유 없이 폐사했을 때 신고해야 한다는 지침을 지켰다. 어미돼지가 폐사하자 수의사에게 알렸고, 수의사의 빠른 대응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전국으로 퍼져나갈 수 있었던 첫 번째 위험을 막았다.”

 

그는 “돼지 체온이 40도까지 올라가고 부검 결과 비장이 커져 있는 특이한 사례를 발견했지만, 수의사가 이를 아프리카돼지열병과 바로 연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라고 높게 평가했다. 9월 16일 밤사이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을 확인한 농식품부도 돼지 및 관련 인력과 차량 이동을 전국적으로 중지하는 스탠드스틸(Standstill)을 즉시 발령했다.

 

농장주와 수의사, 정부의 최초 대응은 ‘완벽’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를 막는 데 ‘완벽’하게 실패했다. 2010~2011년에 돼지 350만 마리를 앗아가고 3조 원 예산을 공중으로 날렸던 구제역 사태의 공포가 한반도를 휩쓸고 있다. 불과 한 달 사이, 바이러스는 경기도 파주와 연천, 김포에 이어 인천 강화를 초토화했다.

 

10월 16일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받은 돼지 농가가 14곳 이어졌고, 살처분된 돼지가 15만 마리를 넘어섰다. 4개 시도에서는 지역 내 모든 돼지(30여만 마리)를 살처분하거나 수매해 도축하고 있다. 북한 접경 지역을 ‘돼지 진공’ 상태로 만들어 그 아래 남쪽에서 사육되는 돼지를 지키겠다는 고육지책이다. 충분한 보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연천 등지 돼지 농가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바이러스의 종적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란 점이다. 처음에 어디서 들어왔는지 어디까지 얼마나 퍼져 있는지 지금까지 확인된 게 아무것도 없다. “9월 17일 파주에서 첫 신고 농장이 최초 발생 농가라고 단정할 수 없다. 돼지 열병 증상이 발현되지 않은 잠복기 동안에 다른 농가로 이미 퍼져나갔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정부에서 바이러스가 확진된 지역의 돼지를 아예 몰살시키는 초강력 살처분 정책을 이어가는 것도 실상은 바이러스가 어디까지 어떻게 퍼져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사방 도처에서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하는 바이러스를 그때그때 뒤쫓아가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현재까지 경기, 인천, 강원도내 돼지 농장에서 ASF가 발병한 사례는 경기 파주시와 김포시, 연천군, 인천 강화도 등 4개 시·군에서 총 14건이다. 야생 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은 파주시와 연천군, 강원 철원군 등 3개 시·군에서 11건이다.

 

정부는 ASF 발생 농장이 집중된 파주시와 김포시, 연천군에 있는 모든 돼지를 수매하거나 살처분하는 방식으로 전량 처분키로 했다. 현재까지 김포에선 3000여두의 돼지가 수매됐고 1만 5000여두의 돼지가 살처분됐다. 파주에선 1만 5000여두가 수매됐고 4만 8000여두가 살처분됐다. 연천에선 1만 2000여두가 수매된 가운데 이날부터 살처분 작업이 시작될 예정이며 남방한계선으로부터 10㎞ 이내 강원 지역에서도 수매 신청을 받고 있다.

 

이 조치에 따라 파주와 김포에서 추가로 살처분된 돼지는 6만 4천3백여309마리다. 이로써 ASF 발생 후 현재까지 총 21만8857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된 것으로 집계됐다. 살처분 대상에 오른 연천 지역 내 돼지가 3만8000두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최소 25만 마리까지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대해 축산농가 농민들은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도 발생지를 추적을 발견하지 못하는 정부방역 당국을 원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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