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원 상당의 지역화폐 지급예정

[경인신문 박경국기자] 경기도가 ‘고령운전자 면허 자진 반납 지원 사업’을 추진할 것을 밝히며, 10만 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도는 이 일과 관련해 도의회, 경찰, 시군,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대한노인회 등이 나섰고, 힘을 모은 결과 경기도 내 만 65세 이상 운전자들이 면허 자진 반납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하고 있다.

 

고령 운전자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갈수록 사고 빈도가 잦아지고, 한번 사고가 나면 대량의 사상자가 발생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래서 미국에선 운전할 수 없음에도 운전대를 잡는 노인들을 가리켜 '살인자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 80세 이상 운전자에 의한 사망자가 매년 100명 이상 발생한다고 한다. 심지어 90세 이상 노인이 운전하는 차 사고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부터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면허 갱신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요건을 강화했다.

 

이미 일본은 70세 이상 모든 운전자의 면허 갱신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했고, 뉴질랜드는 80세가 되면 면허를 자동으로 말소시킨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얼마 전 "운전능력 평가에서 떨어진 노인은 고속도로 운전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운전능력 평가 절차 등을 거쳐 고속도로 운전을 제한하거나 첨단 안전장치 장착을 의무화하는 등 '조건부 면허 제도'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이미 미국·호주·뉴질랜드 등에서 시행 중이다. 미국의 경우 고령 운전자에게는 야간 운전 금지, 고속도로 운전 제한, 운전 가능 장소 제한 등을 실시하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도 운전 가능 장소를 제한해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올해 노인 인구 비중이 15%를 넘기면서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의 면허 소지자 비율도 9.4%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와 비례해 고령자의 운전사고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택시나 택배 기사처럼 생업을 위해 고령임에도 운전대를 잡는 분들도 꽤 많다.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데 운전에 제한까지 둘 경우 이를 선뜻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노인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충분한 논의와 면밀한 준비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현재 도에서 추진하는 것은 노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지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자체가 이렇게 노인 면허 반납에 적극적으로 나올 때 있을 수 있는 부정적 인식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시류에 편승한 정책홍보에만 집중해서는 안된다.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고령 운전자에게 운전대를 놓게 하는 것이 과연 그렇게 당위적이고 심지어 옳은 일이냐는 것이다.

 

법으로 강제하지 않는다 해서 인식까지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미디어와 정부 지자체가 협심하여 고령운전자들이 운전대를 놓길 원하는 마당에 고령운전자를 채용하려는 관련 회사들은 주저하지 않을 수 없다.

 

불행하게도 현재 버스기사로 등록된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현재 기준 고령자이거나 곧 만 65세가 넘을 사람들이다. 특히 일반버스나 관광버스의 경우 거의 유일하게 고령자들이 괜찮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일자리이기 때문에 수요가 더 많을 수 있다.

 

과연 고령운전자를 운전 업종에서 빠지게 하는 것과 혹은 운전대를 내려놓도록 독려하는 것이 그렇게 시급한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운전대를 내려놓음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불이익과 정신적인 타격에 대해서도 얼마큼 위로해 줄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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