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전시성 정책으로 고령운전자 실상 제대로 이해못한 정책

[경인신문 최철호 기자] 경기도가  ‘고령운전자 면허 자진반납 지원사업’을 추진할 것을 밝히며, 10만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도는 이 일과 관련해 도의회, 경찰, 시군,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대한노인회 등이 나섰고, 힘을 모은 결과 경기도 내 만 65세 이상 운전자들이 면허 자진 반납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고 전했다. 

 

최종적으로 29일 오전 경기도청 북부청사 상황실에서 ‘고령운전자 운전면허 자진반납 지원사업 업무협약’ 을 체결했다.

 

▲     ‘고령운전자 운전면허 자진반납 지원사업 업무협약’  협약자 단체사진 촬영 (사진제공 - 경기도청)  © 경인신문

 

도는 이번 사업의 목적을 "고령운전자의 운전면허 자진반납을 유도해 고령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 감소를 도모하고자"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고령 운전자에게 운전대를 놓게 하는 것이 과연 그렇게 당위적이고 심지어 옳은 일이냐는 것이다. 물론 현재 도에서 추진하는 것은 노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지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자체가 이렇게 노인 면허 반납에 적극적으로 나올 때 있을 수 있는 부정적 인식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시류에 편승한 정책홍보에만 집중하고 있다. 

 

한동안 미디어에서는 노인이 운전하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도했다. 고령운전자에 의한 사고를 집중 조명하며, 각종 통계를 그 근거로 고령운전자가 운전대를 놓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만 65세 이상의 고령자들 중에는 생계를 포기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고령 운전자로 낙인 찍혀 운전을 할 수 없게 되고, 그로 인해 직장에서 해고된다면 어떤 보상을 준비해 두고 있는지 되묻는 보도는 찾기 힘들다.

 

법으로 강제하지 않는다 해서 인식까지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미디어와 정부 지자체가 협심하여 고령운전자들이 운전대를 놓길 원하는 마당에 고령운전자를 채용하려는 관련 회사들은 주저하지 않을 수 없다.

 

불행하게도 현재 버스기사로 등록된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현재 기준 고령자이거나 곧 만 65세가 넘을 사람들이다. 특히 일반버스나 관광버스의 경우 거의 유일하게 고령자들이 괜찮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일자리이기 때문에 수요가 더 많다.

 

스펙전쟁을 벌이며 좋은 일자리를 차지하려는 젊은 사람들은 버스기사 일을 대체로 선호하지 않는다. 하는 일에 비해 급여나 처우가 좋지 않은데다 일반적으로도 좋은 직장이란 인식이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전관련 일은 고령자들에게 그나마 숨통이 트이게 해주는 구원과도 같은 일이다.   

 

미디어가 마구잡이로 관련 기사를 낼 때 정부는 고령운전자에 대한 좀 더 세심한 접근을 했어야 한다. 통계자료를 내세우며 고령운전자를 죄인으로 만드는 것보다 먼저 할 일은 정말로 운전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건강상태를 가진 운전자들이 대중교통 운전에 종사하는 경우는 없는지 조사하는 것이다.

 

또 그런 문제가 확인될 경우 어떤 조치가 필요하고,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경기도가 내놓은 방법은 지역화폐 10만원이다.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고령운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너무나 가볍게 봤다는 결론 외에는 생각할 수 없는 조치이다.

 

과연 고령운전자를 운전업종에서 빠지게 하는 것, 혹은 운전대를 내려놓도록 독려하는 것이 그렇게 시급한 일인지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운전대를 내려 놓음으로써 발생하는 수많은 불이익과 정신적인 타격을 지역화폐 10만원이 얼만큼 위로해 줄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너무 작은 보상은 보상이 아니라 우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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