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성 사단법인 훈민정음기념사업회 이사장, 훈민정음탑건립조직위원회 상임조직위원장, 한문교육학박사
▲ 박재성 사단법인 훈민정음기념사업회 이사장, 훈민정음탑건립조직위원회 상임조직위원장, 교육학박사

[경인신문=김신근 기자]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을 창제할 때 왜 28자를 만들었을까? 기왕이면 30자를 만들든지 아니면 지금처럼 애초에 24자만 만들 수도 있을 것인데 말이다.

이 훈민정음 글자 수 28이라는 숫자에 대한 궁금증은 천체와의 관련성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세종대왕은 곽수경이 이룬 원나라 천문학을 창조적으로 수용하여 발전시킨 천문학자로 손색없는 왕이었기 때문이다.

세종은 원나라의 곽수경이 이룩해 놓은 첨단의 천문학을 연구하여 조선의 천문학을 발전시켰고, 장영실을 등용하여 명나라에 보내서 곽수경이 만든 천문기기를 연구하도록 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곽수경이 완성하여 반포한 수시력이라는 역법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 계산법을 조선의 실정에 맞게 교정하여 이순지와 김담의 『칠정산내편』을 완성한 군왕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이유 때문일까? 천체의 연구에 남다른 관심을 두고 연구를 거듭한 세종대왕은 마침내 1443년(세종 25)에 어리석은 백성을 어여삐 여겨 새로 스물 여덟 자의 훈민정음을 창제하였는데, 이는 세종의 수많은 치적 가운데 가장 뛰어난 업적으로 꼽힌다.

이렇듯 우리 반만년 역사에 가장 대표적으로 존경받는 조선의 제4대 국왕이자 훈민정음을 창제한 성군 세종대왕의 초상화는 148mm×68mm 크기인 만 원권 지폐의 앞면에 <일월오봉도>와 <용비어천가>를 배경으로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은 한국은행의 요청으로 1975년에 비단에 수묵채로 그린 고 운보(雲甫) 김기창(金基昶, 1913~2001) 화백의 작품이다.

배경으로 표현된 <일월오봉도>는 창덕궁 인정전의 병풍 그림으로 해와 달, 다섯 개의 산봉우리, 한 쌍의 폭포, 네 그루의 소나무 등이 좌우대칭으로 그려져 있는 대중에게 친숙한 그림이고, <용비어천가는> 세종 27년(1445)에 정인지, 안지, 권제 등이 지어 세종 29년(1447)에 간행한 악장의 하나로 훈민정음으로 쓴 최초의 작품이다.

그리고 뒷면에는 혼천의가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의 모사본 위에 선명하게 그려져 있고 오른쪽으로 약간 희미하게 보현산 1.8m 천문대 망원경 등의 도안이 들어가 있다.

이 「혼천의(渾天儀)」는 천체의 운행과 위치 그리고 적도 좌표를 관찰하는 데 쓰이던 천체 관측기구로서 중국 한나라 때 혼천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을 삼국시대부터 고려 시대까지 수입해서 쓰다가 1432년(세종 14) 세종대왕의 명에 의하여 정인지, 정초 등이 고전에 따라 설계하였고, 장영실이 제작하여 세종 15년(1433)에 당시 조선의 사정에 맞게 제작한 사실(史實)에서 알 수 있듯이 세종대왕의 천문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연구는 훈민정음 28자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였을 것이다.

아쉬운 것은 세종 때 제작된 혼천의가 중종 21년(1526년)에 수리를 거쳐 명종 4년(1549)에 새로 만들어서 홍문관에 설치했는데 임진왜란 때 모두 불타 없어져 버렸다는 점이다.

지폐에 그려진 혼천의는 17세기경에 다시 만든 복제품일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유래된 천문관측기구인 혼천의를 마치 우리의 대표적 과학유물인 양 혼동할 수 있다는 이유로 우리 지폐에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논란과 함께 우리의 독창적 과학창조물인 혼천시계(국보 230호)에서 시계의 운행에 종속돼 돌아가는 일종의 부속품에 불과한 혼천의만 떼 표현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관련 학계에서는 지적하였다고 한다. 

또한, 10000원권 지폐 뒷면에는 한국에서 가장 큰 보현산천문대 1.8m 망원경이 대한민국의 현대과학을 상징하여 그려져 있다.

이 망원경은 경상북도 영천시 화북면에 있는 보현산 정상에 건설되어 천문학 연구의 중요한 시설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을 대표하는 과거의 혼천의와 함께 현대를 상징하는 천체기구로 표현되어 있다. 

이처럼 혼천의와 보현산 망원경의 배경으로 표현된 「천상열차분야지도」는 국보 제228호로 지정된 문화재로 하늘을 담은 ‘천상(天象)’을 ‘차(次)’와 ‘분야(分野)’에 따라 배치한 천문도로 원래는 고구려의 천문도에서 유래한 것을 세종대왕 때 석각 천문도로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런데 지폐 속의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란색으로 별의 밝기를 표현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노란색 별의 개수가 28개로 훈민정음 글자 28자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듯이 하늘의 성좌 28수와 가장 완벽한 문자 훈민정음 28자는 하늘과 땅을 아우르는 하늘의 소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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