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성 사단법인 훈민정음기념사업회 이사장, 훈민정음탑건립조직위원회 상임조직위원장, 한문교육학박사
▲ 박재성 사단법인 훈민정음기념사업회 이사장, 훈민정음탑건립조직위원회 상임조직위원장, 한문교육학박사

[경인신문=김신근 기자] “역사에 만약이란 것은 없다”지만 만약 세종대왕이 어리석은 백성을 나 몰라라 하고 훈민정음을 창제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우리는 어떤 문자 생활을 하고 있을까? 아마도 아직 모든 공문서와 서책은 물론이고 일상에서의 표현도 한자를 쓰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지혜로운 자는 이른 아침이 되기도 전에 이해하고, 어리석은 자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는” 스물여덟 자 훈민정음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를 사용하고 있는 국가로 타국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하늘이 내리신 성군 세종대왕께서 만들어 주신 위대한 문자 훈민정음 28자의 조합능력으로 “어디를 가더라도 통하지 않는 곳이 없어서, 비록 바람 소리와 학의 울음소리는 물론, 닭 울음소리나 개 짖는 소리까지도 모두 표현해 쓸 수가 있게 되었지만”, 뜻밖에도 우리나라의 문해율은 OECD가 실시한 국제성인 문해력 조사결과, 문해력이 최저수준인 사람의 비율은 한국이 38%로, 회원국 평균인 22%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는 사실이다.

왜 그럴까? 세계의 수많은 문자 중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가장 우수한 문자라는 훈민정음이 가져다주는 커다란 복을 ‘한글 24자’로 왜곡하고 무시하면서 무분별한 외래어와 정체불명의 외국어를 우선시해 온 결과 정작 훈민정음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은 데서 이유를 찾아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문해율’이란 무엇인가? 문자를 이해하고 문자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성인의 비율을 뜻한다. 그래서 흔히 ‘비(非)문해율’이라고 하면 단순히 글자를 읽고 쓰지 못하는 ‘문맹’ 뿐만 아니라 글을 읽어도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다 포함되는 것이다.

지식 기반 사회로 접어든 최근에는 다양한 정보들을 해득하는 일이 중요해지면서, 선진국일수록 기초 문해 능력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체계적인 문자 해득 교육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나라의 문해율도 낮아질 수밖에 없는데, 이처럼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부실한 기초 ‘국어 교육’이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한다.

즉, 우리나라 국민은 글을 아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과 다르게, 실제 문자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의 비율이 그리 높지 않은 이유는 학교에서 놓치고 있는 기초 한글 교육이 성인들의 문해력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한글은 24자이고 세종대왕이 만든 글자’라고 교육하고 있기에 창제 당시의 28자 중 잃어버린 4개 글자가 없어도 언어사용에 불편함이 없다고 착각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필자가 만난 사람들 소위 말하는 식자층은 물론이고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나 초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낫 놓고 ㄱ자도 모른다’라는 속담에 나오는 ‘ㄱ’ 자에 대해 ‘기역’이란 이름을 붙인 사람이 누구인가를 물어보았더니, 약속이나 한 듯이 하나같이 세종대왕이 아니냐고 반문할 정도로 훈민정음 교육은 현재 진행형으로 왜곡되고 있다는 점이 초라한 문해율 최저수준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부터라도 한글의 원형인 훈민정음 28자를 체계적으로 기초부터 학습하고, 훈민정음 창제 정신을 바르게 가르쳐나간다면 공교육인 국어 교육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고 최고의 문자를 보유한 국격에 맞게 문해율 상위국이라는 평가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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