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의사 피살 사건, 무고한 여성을 희생시킨 서울 강남역 사건, 논현동 고시원 사건 등 유사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되풀이되는 조현병 환자 관리 문제를 되짚어봐야 한다는 여론이 뜨겁게 일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벌이는 묻지마 범죄가 잇따르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17일 새벽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끔찍한 살인 난동은 누구나 아무 이유 없이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을 공포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조현병자들이 일으키는 묻지마 범죄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차별로 삼는 잔인한 행태에 범죄로 소름이 끼칠 정도다. 우리 사회에서 ‘묻지마 범죄’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런 범죄가 자칫 대형 참사로 확대될 소지가 적지 않다는 게 더욱 우려스럽다.

이날 한 40대 남성은 아파트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화재벨 소리를 듣고 대피하려고 나온 주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결국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치는 등 총 18명의 사상자를 냈다. 한 가정은 일가족 4명 가운데 2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을 입는 등 평화롭던 한 가정이 풍비박산 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우발적 충동으로 범행이 저질러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미리 대처하기조차 어렵다는 게 정설이다. 특히 사회 소외층일수록 이런 충동을 느끼기 쉽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의 범인도 ‘임금 체불’에 불만을 품었다고 한다.

범인은 과거 조현병을 앓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정확한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범인은 범행 전 휘발유를 구입해 집안 내부에 뿌렸고, 불을 지른 후에는 집안에 있던 횟칼과 주방용 식칼 등을 손에 들고 밖으로 나오는 등 살해를 미리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달 9일에는 대구의 거리에서 20대 남성이 평소 일면식도 없는 10대 학생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가 검거됐다. 지난달 25일 부산의 한 대학교 앞 커피숍에서는 20대 남성이 책을 보던 여성의 옆구리를 흉기로 찔렀다. 지난달 22일에는 진주에서 50대 남성이 폐지를 줍던 70대 할머니를 특별한 이유 없이 폭행했다.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행은 매년 늘고 있다. 살인 범행 당시 정신장애가 있는 비율은 2015년 6.6%, 2016년 7.2%, 2017년 7.8%로 나타났다. 전체 살인사건에서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는 비중도 증가추세다. 2015년 37.7%, 2016년 38.8%, 2017년 41.9%를 차지했다. 이번 진주의 범죄도 이들 범주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묻지마 범죄에 대한 대응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갈수록 심각해지는 이 사회적 병리현상을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묻지마 범죄를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할 게 아니라 분노조절 장애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망 구축과 함께 소외된 이들이 막다른 절벽에 내몰리지 않도록 이웃 공동체 모두가 관심을 갖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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