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평사 주지 해가 정림

▲영평사주지 해가정림스님     ⓒnews24

 희망이 가득 찬 기해년(己亥年)황금 돼지해가 밝은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 낼 모래면 설이다. 올해는 돼지해로 돼지는 12지지(地支) 가운데 마지막인 열두 번째 동물이다. 예로부터 돼지는 지신(地神)의 상징으로 여겼고, 돼지꿈을 꾸게 되면 길상(吉祥)으로 여겨 행운(幸運)과 재복(財福)을 누리게 된다고 믿었다.

금년은 오행으로는 토(土), 오색으로는 황(黃), 방향으로는 중앙(中央)임으로 금년은 황금 돼지해다. 돼지는 원래는 야성(野性)이 강한 산돼지가 길들여져서 우리 인간에게 많은 도움을 주어 만인의 귀염을 받게 됐다.

돼지에 관한 한자는 숱하게 많은데 12간지(干支)에서의 돼지는 해(亥), 돼지의 총칭으로 시(豕), 새끼돼지는 저(猪), 큰 돼지는 희(豨), 멧돼지는 단(貒), 암퇘지를 루(貗), 수퇘지를 가(猳), 불알 깐 돼지는 분(豶) 등 특징에 맞게 명확하게 표기해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저(猪)· 시(豕)· 돈(豚)으로 표기한다.

급하고 앞만 보고 가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 저돌적(猪突的)이라는 말이 있다. 저돌(猪突)의 ‘저(猪)’자는 돼지를 의미한다. 성격이 순하고 배가 부르면 조용하여 여러 사람의 귀여움을 받게 되지만 굶기거나 충격을 받게 되면 위험을 무릅쓰고 우리를 벗어나가려고 몸부림을 치게 되고, 앞을 향하여 돌진(突進)해서 저돌적(猪突的)이라고 표기한다.

돼지는 재산이나 복의 근원을 의미하기도 하며 다복(多福) 다산(多産)을 나타내는 길상(吉祥)의 동물로 상징된다. 12지지(地支) 중, 용과 더불어 인간이 선호하는 짐승으로 꿈속의 재물신(財物神)으로 여겨져 왔다. 반면, 돼지는 세속(世俗)에서 미련(未練)·탐욕(貪慾)·나태(懶怠)·불결(不潔) 그리고 우둔(愚鈍)함을 대표하는 동물로 비하(卑下)되기도 한다.

옛날 농촌 가정에서는 길흉사를 맞게 되면 기르던 돼지가 으레 희생되어 제상에 오르고 다른 음식에 비해 인기도 많았다. 돼지가 종묘(宗廟)·천지(天地)·산천(山川) 등 제의상(祭儀床)에 산양과 소와 함께 단골로 오르게 되는데 요즘에는 고사 때마다 으레 제상에 설익은 돼지머리가 오르고 절하고 축원하는 사람이 돈을 입에 물리는 풍경을 흔히 보게 되는데 복을 받기를 소원해서다.

금년은 황금 돼지해라고 하여 올해 태어나는 신생아는 재운이 있다고 믿는 길상(吉祥)의 한해를 맞게 되었다. 이런 좋은 의미를 가진 기해년, 우리 모두 돼지꿈을 꾸고 다복(多福)하고 다산(多産)하는 길상의 한 해가 되었으면 퍽 좋겠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가족과 이웃과 사회에서 남과 같이 어울려 살게 마련이다. 사회의 일원으로 자기가 해야 할 일 즉 자기 역할(役割)이 있게 마련이다. 자기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하루하루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고 인정해 주지 않더라도, 묵묵히 주어진 여건 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것이 곧 자기성장(自己成長)이며 삶에 최선을 다하는 자만이 행운(幸運)과 재복(財福)이 따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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