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민수(君主民水),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니,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기도 한다.” 라는 공자의 말씀이 있다. 안성 군주가 새겨들어야 할 말 같아 가슴에 더 와 닿는다.

논어(論語)에 자공(子貢)이 스승인 공자(孔子)에게 “사(師)와 상(商)은 누가 더 낫습니까?” 하고 묻자, 공자가 “사(師)는 지나치고, 상(商)은 미치지 못하지.”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사는 공자보다 48살 어린 제자인 자장(子張)의 이름이고, 상(商)은 공자보다 44살 어린 제자인 자하(子夏)다.

자장과 자하는 모두 공자의 뛰어난 제자인데, 두 사람의 성격과 학문 방향이 서로 달랐다. 자장은 재주가 높고 뜻이 넓었으나 지나치게 어려운 것만 찾아 즐기다 보니 늘 중도(中道)를 지나쳤고, 자하는 독실한 믿음을 갖고 너무 조심하다 보니 그릇이 잘고 좁아서 언제나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공자는 사는 지나치고 상은 미치지 못한다고 말한 것이다. 자장의 지나침을 억누르고, 자하의 미치지 못함을 이끌어 중도(中道)에 돌아가도록 가르친 것인데, 자공은 그런 스승의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고 다시 묻는다. “그러면 사(師)가 더 낫습니까?” 자장은 지나치고, 자하는 모자란다면, 지나친 자장이 미치지 못한 자하보다 더 나은 게 아니냐는 거다. 무슨 일이든 저질러야 성공하든 실패하든 할 게 아니냐는 말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현자(賢者)와 지자(智者)의 지나침이 우자(愚者)와 불초(不肖)한 자(者)의 미치지 못함보다 낫지 않느냐는 의미이다. 그런 자공에게 공자는 단호하게 말한다.“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과유불급 過猶不及), 지나친 것이나 미치지 못하는 것 둘 다 똑같다는 거다.

지나친 것은 지나친 대로 중용을 넘어서는 잘못을 저질렀고, 미치지 못한 것은 미치지 못한 대로 잘못을 저질렀으니, 둘 다 똑같이 잘못이라는 말이다. 틀렸으면 틀린 것이지, 조금 더 틀리고 조금 덜 틀린 것을 따지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잘못한 것이지, 작은 잘못이 큰 잘못보다 낫다고 우기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

아슬아슬하게 틀려도 틀린 것은 틀린 것이고, 아주 하찮은 잘못도 잘못은 잘못이다. 지나친 것이나 미치지 못하는 것 둘 다 나을 게 없다. 현자와 지자의 지나침도 중도(中道)를 잃었고, 우자(愚者)와 불초(不肖)한 자(者)의 미치지 못함도 중도를 잃었다는 점에서는 모두 똑같다. 중도를 잃지 않는 게 중요한 것이지, 조금 잃었느냐 많이 잃었느냐를 따지는 것은 어리석은 자들이나 하는 짓이다.

공자의 말씀에 이해가 간다. 기해년 설이 다가오고 있다. 이런 저런 문제로 마음이 조급하겠지만 군주의 말대로 판결은 법원에 맞기고 시정에 전념해야 한다. 앞으로 군주가 해야 할 일이 태산 같다. 하지만 사소하고 하찮은 일까지 개인감정에 치우친다면 큰 그릇이 될 수 없을 뿐더러 군주로서도 자격이 없다. 과유불급은 민의를 저버리는 일인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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