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우열  경인신문    대표

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넘어 전멸했다. 원인이 무엇인지 시민들은 다 알고 있지만 유독 자유한국당 자신들만 모르고 있다. 어쩌면 예측된 당연한 결과인데도 말이다.

이번 선거에서 시민들은 한국당에 대한 문제점을 정확하게 집어냈다. 일부 지역은 격차가 크게 벌어져 개표를 끝까지 지켜볼 필요조차 없었다.  고개넘어 수도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까지 몽땅 민주당이 휩쓸었다. 지난 6월13일은 지방선거일이 아니라 마치 한국당을 심판하기 위한 이벤트데이 같았다.

대부분 시민들은 이 같은 결과를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지만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상상 그 이상이었다. 단순한 압승 정도가 아니다. 한국당의 패배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시대 흐름을 읽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큰 것 같다. 대통령 선거 패배 이후 1년여의 시간이 있었지만 한국당의 변화는 감지되지 않았다.

더구나 홍준표 대표의 즉흥적이고 생각 없이 내뱉는 언행으로 지방은 물론, 젊은 세대들과 여성 지지자들의 기반까지 한 순간에 무너졌다. 그런데도 한국당은 참 보수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대안도 없으며, 혁신과 자성의 목소리를 전혀 내지 못했다.  오히려 당 지도부의 오만함이 악재로 다가와 지역 정가에서 까지 패배의 쓴잔을 들어야 했다.

결국 홍준표 대표는 1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가 제 잘못이고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부디 한마음으로 단합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보수정당으로 거듭나길 바란다”면서,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록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는 패배는 있었지만 안성의 미래와 시민들을 생각한다면 승자도 패자도 없다. 하지만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자들은 이번 6.13 지방선거를 통해 우리 주권자들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잘 알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벌써부터 당선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찮아 보인다. 그러나 이제 남은 것은 화합이다. 화합만이 살길이고 앞으로 나아갈수 있는 길이다.  낙선자들은 뼈를 깍는 심정으로 자성해야 하며, 당선자들도 자만하지 말고 시민을 위하고 주민을 위하는 일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어차피 당선자들은 4년간 계약직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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