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형 전 부산지방경찰청장

▲이금형 전 부산지방경찰청장    ⓒnews24
[뉴스24 = 강숙희 기자]5월은 추운 겨울이 가고 신록이 무성해지기에 계절의 여왕이라고 불린다. 이렇듯 아름다운 시기지만 경찰이나 소방관, 그리고 방역요원 등 현장에 근무하는 분들에게는 다시 힘든 시즌이 시작되는 계절이다. 다양한 행사들이 곳곳에서 연이어 개최되고, 그 뒤에서 묵묵히 고생하고 있는 후배들을 보면서 경찰 등 현장 공무원들의 건강과 안전을 돌아보게 된다.

경찰 1인당 치안 서비스 대상 인구수가 많음에도 높은 수준의 치안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장 근무 요원들의 업무가 과중할 수밖에 없다. 경찰뿐만 아니라 소방관, 각종 전염병에 대응하는 방역요원 등 전체적으로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현장 근무자들의 인력 부족과 높은 업무 강도, 그리고 장시간 노동은 다른 직종과 비교할 때 심각할 정도로 열악한 수준이다. 그러나 ‘공익(公益)’ 이라는 미명하에 이들 공무원들의 건강과 안전은 여전히 외면되고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업무 부담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경찰관의 자살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122명에 이를 정도로 최근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경찰백서). 그러나 이에 대한 대응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연 1회의 자살예방 교육을 실시하는 데 그치고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 우울증 환자를 발굴하거나 자살 위험이 높은 직원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는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자살한 경찰관들을 근무 형태별로 나누어 보면, 파출소나 지구대 같이 국민들의 생활 안전을 책임지는 일선 현장에서 근무하는 지역 경찰들이 전체 순직자들의 38%나 된다. 그러므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는 현장 근무자들에 대한 자살예방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성공한(?) 자살에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만성적으로 심각한 우울증 상태에서 수시로 자살 충동에 시달리고 있는 일선 근무자들의 건강 상태도 심각한 것이다.

지구대나 파출소에 근무하는 지역 경찰들의 경우는 정보나 수사 등 타 기능 종사 경찰들의 경우보다 사망률이 높다. 게다가 이들의 사망 원인 중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경찰 내의 타 기능 종사자의 2배에 이르는 등 업무에 따른 차이가 매우 높아서 현장 근무를 기피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적절한 치안서비스가 안정적으로 공급되기 위해서도 이런 근무조건의 개선과 함께 근무자들의 건강을 보장하는 대책이 시급하게 필요한 것이다.

주말마다 다양한 행사들도 곳곳에서 개최되고, 억압됐던 집단적 의사 표현이 자유로워지는 등 국민들의 역동성이 살아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40년 동안 일선 현장에서 근무한 경험 때문에 한편으로는 우리 경찰들이 또 힘들어지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경비와 경호를 필요로 하는 중요한 일들도 많아지면서 일선 현장에 근무하는 후배들을 보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제 경찰과 소방관, 그리고 방역요원 등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는 분들을 위해 그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줄 수 있도록 우리 국민들이 적극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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