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신문 박우열 대표   ⓒnews24
[뉴스24 = 박우열 기자]안성시가 각 마을 경로당에 지원하는 보조금이 ‘눈먼 돈’이라거나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조롱 섞인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동안 경로당 지원금에 대한 여러 문제점이나 사용처에 대한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최근 경로당 지원금이 눈먼 돈처럼 사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로 확인 됐다.

안성시 A면의 한 마을의 경로당 관련 간부들이 경로당에 사용하라고 넣어준 난방유를 빼돌려 동네 이웃에게 판매하고 착복했다가 보조금 회수와 함께 고발까지 당해 경찰의 수사를 받는 등 망신을 당하고 있다.

문제는 이와 유사한 보조금 횡령이나 용도 외 사용과 같은 일이 비일비재해도 안성시는 각 경로당에 지급되는 보조금에 대한 감사를 단 한 번도 실시 한바 없다는 것.

사실 이런 내용을 기사화 하면 동네 어르신들께 ‘죽일 놈’ 소리를 듣겠지만 1년에 수 십억 원이 넘는 예산이 집행되고 있기에 반드시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안성시는 관내 각 경로당(470여 곳, 무등록 포함)에 유류비, 운영비 등 명목으로 약 20억 원이 훨씬 넘는 보조금과 함께 사회봉사활동비 등 다양한 명분으로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더구나 시에서 각 경로당에 지급하고 있는 보조금이 얼마나 풍족한지 지급된 예산을 다 사용하지 못하고 반납하는 일이 부지기수며, 반납하기가 아까운 일부 경로당에서는 목적 외 사용하는 일도 있지만 담당 공무원들은 지역의 어르신들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 감고, 귀 막고, 입 다물고 있는 실정이다.

어르신들의 안락한 노후생활을 위해 지급되는 경로당 지원비의 부정사용이나 반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은 안성시의 소홀한 보조금 관리와 마구잡이로 퍼주는 선심성 예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일선에서 어르신들과 가장 가까이 지내며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관련 공무원들도 시의 보조금 지원 방법과 금액에 대해 대대적인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조언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가장 큰 문제점으로 회원 수를 감안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지원되는 운영비를 꼽았다. 이와 함께 과다하게 책정된 유류비, 있는 쌀도 남아돌아 썩고 있어도 때만 되면 무조건 의무적으로 지급되고 있는 쌀 등이 시급한 문제로 지적됐다.

이 같은 모순들을 뒤늦게 알아차린 안성시는 부랴부랴 경로당 지원사업의 회계 처리를 꼼꼼히 따져보기로 하고, 올 한 해 지속적인 점검에 나선다며 뒷북을 치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현재 각 경로당에 매년 지원되는 보조금은 경로당별로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평균 438만원 상당이며, 단순 계산하면 470곳의 경로당에 매년 약 20억 6,000만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어르신 공경도 좋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지역에 깊이 뿌리내려 있는 경로당 문제를 파악해 노인복지의 마지막 보루로 불리는 경로당을 경로당답게 만들어야 한다는 말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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