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정숙 안성시 복지정책과장

▲채정숙 안성시 복지정책과장    ⓒnews24
최근 극강 한파의 이상기후가 한반도에 착륙하면서 찬바람에 눈까지 내려 취약계층은 더욱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 전기장판 하나로 겨우 버티는가 하면 연탄이 꺼질세라 무거운 몸을 일으켜 연탄을 갈고 값비싼 기름이 닳을까봐 찬 기운만 없애는 정도의 미미한 온기를 유지하면서 추운 겨울을 보내는 분들이 대다수다.

이에 안성시는 동절기 취약계층 보호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복지사각지대를 집중 발굴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청과 15개 읍·면·동주민센터의 공무원, 복지도우미 등이 함께 가가호호 찾아가는 복지상담을 추진하는 한편 우체국, 경찰서, 소방서, 한국 전력, 삼천리 도시가스 등 유관기관 및 관내 사회복지시설 등 민․관자원이 연계하여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히 읍면동 복지허브화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15개 읍면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복지도우미로 위촉된 이‧통장 및 부녀회장 등이 마을 곳곳에 숨어있는 어려운 이웃을 발굴하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안성시가 이번 겨울 중점 발굴 지원하는 대상자는 고위험 1인가구, 자녀와 관계가 단절된 노인, 지적능력이 미흡한 장애인, 빈곤․학대․유기․방임 등 위기에 처한 아동 및 청소년 등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이다.

발견된 취약가구는 현장상담과 확인을 통해 생계․의료․주거․교육지원 등 위기상황이 해소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빈곤, 질병, 일자리, 법률 등 복합적인 문제를 가진 가구는 통합 사례관리 대상자로 선정하여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위기를 해소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과정에 주목할 만한 일은 민간자원을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동참할 수 있도록 연계하는 일이다. 지원기준에 부합하여 공적지원을 받지 못하는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위기가구를 지역민이 나서 이웃이 이웃을 돕는 나눔문화를 새롭게 형성하는 것이다.

물적지원 외에도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질병·장애로 정리정돈이 어려운 가정의 대청소를 해 주는가 하면, 건축기술을 가진 시민은 취약계층의 주거환경을 개선해 주고, 병․의원에서는 치료를, 안경점에서는 무료 안경 지원을, 이미용실에서는 이미용서비스를, 식당에서는 밑반찬과 도시락 등을 제공해 준다. 또 취약가구의 쾌적한 생활환경을 위해 관내 세탁전문업체와 소독업체는 정기적인 이불세탁과 해충제거, 살균․소독서비스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지역 내 민간자원 연계와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는 안성시를 더 따뜻하고 성숙한 시민사회로 한걸음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렇게 자원봉사자와 시민들의 재능기부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봉사에 대한 가치를 통해 보람을 느끼는 봉사자들이 계속 증가하는 이유는 ‘나눔’이라는 선물이 주는 이와 받는 이 모두에게 행복과 기쁨을 주는 마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18년도 안성시의 10대 중점과제 중 하나는 「생활밀착형 수요자 중심 복지서비스 제공으로 복지사각지대 제로도시 구현」이다. 긴급지원 및 무한돌봄사업 외에도 정기적으로 취약계층을 직접 방문하는 ‘찾아가는 열린 시장실 운영’은 어려움에 처한 위기가구를 해소하겠다는 안성시의 강한 의지표명이다. 난방지원을 하더라도 연탄, 전기장판, 난방기름, 방한복 등 유형에 따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고, 공적지원 기준 부적합으로 소외된 이웃이 없도록 민․관 협력과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복지를 더욱 견고히 하겠다는 뜻이다.

최근 정부의 제도개선으로 노인과 중증장애인가구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게 되고 안성시는 「안성시 저소득주민 등 지원에 관한 조례」를 개정하여 지원 대상을 확대함으로써 더 많은 취약계층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복지 체감 도를 높이고 있다.

얼마 전까지 모든 국민의 공분을 샀던 일명 어금니 아빠 사건이 따뜻한 나눔문화 확산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은 우려도 있지만,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기꺼이 내가 가진 것을 내어주는 안성시의 많은 자원봉사자들과 나눔에 동참하는 분들을 보면 아직 우리사회에 희망이 있음을 느낀다.

누구나 인생에 고비는 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주변을 향한 작은 관심이 때로는 한 사람의 인생을, 나아가 그의 가족을 살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과거 ‘사회복지’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시절, 우리 옛 선조들이 아랫마을, 윗마을을 허물없이 오갔던 관심과 정이 새삼 따뜻한 추억으로 기억되는 요즘, 지금 내 주변 내 이웃을 향한 작은 관심을 가져보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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