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와 국가의 근본인 농업을 외면해선 안된다

▲경인신문 박우열대표   ⓒ뉴스24
유례없는 사상 초유의 봄가뭄에 지역 농심(農心)이 바짝 타들어가고 있지만 이 같은 농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역 곳곳에서 크고 작은 행사들이 개최되고 있어 시기 상 부적절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필자는 가뭄피해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일주일간 안성지역 구석구석을 누볐다. 상황은 심각했다. 농업용수 부족으로 모내기를 마친 논은 말라가고 있고 밭 작물까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농부들에겐 그야말로 부엌에 있는 부지깽이도 나서서 거들어주기를 바랄만큼 일손이 아쉬운 계절이라 더욱 바쁘지만 여기에 가뭄까지 겹쳐 고령의 노인들 까지 발 벗고 나서 용수구 하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더구나 당분간 가뭄해갈을 도울 흡족한 비 예보가 없어 농심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농민들의 애타는 마음을 외면 한 채 안성시를 비롯한 각 기관 및 사회단체에서는 다양한 행사를 치르고 있어 농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더구나 한 방울의 물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물이 있는 곳을 찾아 양수기로 물을 퍼 올리고 있는 현장에서까지 버젓이 낚시 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남의 일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지켜보는 필자의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이 화두인 요즘이 말은 잊혀져가고 있지만 1차 산업인 농업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NH그룹 등 일부 기업이나 단체, 혹은 지자체에서는 가뭄에 애타는 농민들의 심정을 고려해 내부적으로도 음주, 가무를 가급적 자제하고 피할 수 없는 자리면 9시 이전에 자리를 파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에게 심적 우군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동냥은 못 줄망정 쪽박을 깨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가뭄현장에 나가 단 몇 시간이라도 돕지 못하는 형편이라면 심적 우군 역할이라고 해야 한다. 한쪽에서는 양수기 돌아가는 소리 또 다른 한쪽에서는 행사를 진행하는 음향소리, 양수기 돌아가는 소리를 음악 삼아 낚시 삼매경에 빠진 강태공들…모두가 자제해야 한다.

아무리 ‘우리’라는 단어가 사라진 각박한 세상이라 할지라도 누구나 양심은 있다. 더구나 사회지도층 인사들 까지 이 같은 장단에 춤춘다면 그 대가는 불 보듯 훤할 것이다.

지금의 농업·농촌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에게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때다. 특히 가뭄이나 홍수 등 천재지변으로 인한 어려움이라면 더욱 그렇다. 왜냐하면 나와 내 가족, 우리 사회와 국가의 근본이 농업이고 농촌이며,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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