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소식용인교회 박충규목사
기쁜소식용인교회 박충규목사

지금 우리 집 냉장고에는 여러 가지가 들어 있다. 아내가 만든 반찬도 있고, 시장서 사온 과일도 있다. 아이들 먹으라고 넣어둔 아이스크림도 있다.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 먹으면 달콤하고 부드럽지만, 똑같은 냉장고 안에 있을지라도 고추나 마늘 같은 것을 꺼내서 먹으면 맵고 쌉쌀하다.

우리의 삶이 이와 같다. 삶에는 언제나 어둡고 고통스러운 것이 보일 수도 있고, 행복하고 좋은 것이 보일 수도 있다. 신기하게도 사람은 절대로 두 가지 마음을 함께 취하지 못하기에 행복을 보았을 때에는 고통이 보이지 않는다. 고통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있어도 보이지 않기에 고통스럽지 않은 것이다. 반대로 불행한 일들을 보고 괴로워할 때에는 좋은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있지만 안 보이는 것이다.

이런 마음의 세계를 알면, 냉장고 안에 맵고 쌉쌀한 것이 있고 달콤한 것도 있지만 내가 필요한 것을 꺼내 먹듯이, 마음에서도 그렇게 꺼내 먹으면 된다. 우리 마음에는 언제나 기쁘고 행복한 일들이 얼마든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쁘고 행복한 일을 계속 이야기하다 보면, 슬픔이 나를 찾아와도 바빠서 만나 줄 시간이 없다. 그래서 슬픔이 기다리다가 그냥 돌아가고 말기에, 슬픔이 찾아왔지만 정작 온 것도 모른다.

나는 사무실에서 사람들과 만나 일을 의논하기도 하고 상담을 하기도 한다. 나를 만나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늘 있어서, 어떤 때에는 이야기하다 보면 시간이 많이 지나서 나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나는 그 사람이 왔다가 간 줄도 모른다. 그것처럼 슬픔이 나를 찾아와도, 내가 기쁨이나 즐거움과 행복 속에 있으면 슬픔을 만날 여유가 없다. 슬픔이 나를 만나려고 오래 기다리다가 만나 주지 않으니까 그냥 가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슬픔이 왔는지도 모르고 행복하게 산다.

어떤 사람이든지 삶에 행복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려움도 있다. 그런데 늘 기쁨을 발견하고 걸어가면 기쁘게 살 수 있다. 반대로 유난히 고통이나 괴로움이나 절망을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삶이 불행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을 만나면 이렇게 이야기한다.

"어려운 것 놔두고 기쁜 것부터 먹어 봐요. 기쁜 마음으로 불행을 보면 불행이 덜 불행해지고 기뻐져요.”

반대로, 슬픈 마음으로 기쁨을 보면 기쁨이 덜 기쁘고 슬퍼지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의 세계를 아는 사람은 자기 마음을 기쁨과 감사로 채운다. 이런 사실들을 생각하면서 살다 보면 참 재미가 있다.
/기쁜소식용인교회 박충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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