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1등식품 라면부터 가공식품까지

▲강숙희 기자          ⓒ뉴스24
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 일부 기업들이 생활물가를 슬그머니 올리거나 올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씁쓸하고 아쉬운 마음이 든다.

꼭 요즘 같은 시기에 올려야 하는 지 의도가 의심스럽다. 특히 조류독감(AI)이 전국을 휩쓸면서 닭과 계란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자 라면 등 가공식품까지 덩달아 값이 오르면서 경제력이 적는 서민들만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최근 전국적 AI의 영향으로 계란 가격이 금란 수준이다. 대형마트나 재래시장의 계란은 이미 10% 이상 올랐는데도 품절과 품절 사태가 매일 매일 이어지고 있다. 또, 라면시장 1위 기업인 농심은 지난 20일부터 신라면 등 18개 라면제품을 평균 5.5% 인상했다. 국내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는 농심이 가격을 인상했기 때문에 삼양, 오뚜기 등 타 기업들도 라면 값 인상을 두고 고민하고 있는 모양새다.

맥주 값도 예외는 아니다. 1위 업체 OB맥주가 지난달 1일 주요 제품 출고가를 평균 6% 올린 뒤 하이트 진로 등도 인상시기를 저울질 중이다. 코카콜라 역시 비슷한 시기에 출고가를 5% 올렸다. 다른 업체들도 원당 값 상승을 이유로 가격인상을 검토 중이다.

그 것 뿐인가? 제빵업계에서도 파리바게트가 지난 4일 평균 6.6% 일부 빵 값을 올리며 대열에 합류했다. AI 탓에 계란 값이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추가 인상도 배제할 수 없다. 참 더러운 세상에 살고 있다는 자괴감마저 든다.

물론 기업의 제품가격 인상이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니다. 가격결정권을 정부가 틀어쥐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업체 자율로 판매가를 정하고 있어 원료 값이 비싸지면 제품가격도 따라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최근 식품가격 인상 러시는 정국이 가장 혼란스런 틈을 타 슬그머니 가격인상을 단행한 것 같아 뭔가 씁쓸하면서도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다. 가격 인상에 대해 식·음료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누적된 물류비와 인건비 등의 상승에 따라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리게 됐다고 해명했지만 전 국민의 공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통계청이 이달 밝힌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1.3% 상승했다. 앞으로도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가뜩이나 있으나 마나한 부정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소비 분위기가 가라앉아 지역경제가 산소마스크를 필요로 하고 있는데 일부 기업들의 게릴라식 생활물가 인상이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 시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만 가질 뿐이다.

이제 정치권도 정권 장악과 당리당략을 위한 지리 한 싸움질보다 실제로 민생을 챙기는 정치, 민생을 보듬는 정치로 돌아와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진정한 정치권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물론 기대는 안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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