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택 안성소방서장

▲권은택 안성소방서장       ⓒ뉴스24
동물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나름대로 추운 겨울을 보낼 준비를 한다. 무엇보다 겨울의 큰 문제점인 추위와 먹이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동물들은 따뜻한 땅 속이나 동굴에서 겨울을 잠으로 보내는, 이른 바 겨울잠을 선택한다.

제비가 봄에 우리나라에 왔다가 늦가을 따뜻한 남쪽 나라로 날아가는 것도 모두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다우리 소방관들도 마찬가지로 안전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준비로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화재위험이 증가하는 겨울철을 앞두고 11월 한 달간 불조심 강조의 달로 지정 '함께해요 화재예방 행복해요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으로 국민적 참여와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화환경에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안성소방서에서는 화재 저감을 위한 캠페인 영상송출, 포스터 공모전, 소방 활동 사진전시, 소방안전체험교실운영 등 여러 가지 홍보와 교육을 함께 진행 중이며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겨울에 무엇 보다 중요하게 준비해야할 것은 전 국민 소화기 갖기 운동을 전개해 '1(하나의 가정·차량에) 1(한 대 이상 소화기·화재감지기를) 9(구비)'하여 안전한 겨울나기를 하는 것이다.

국가 재난정보 통계센터의 자료를 분석해보면 화재로 인해 인명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장소는 주거시설로 나타나있다. 이는 주거시설이 특정소방대상물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소방시설을 의무설치 할 대상이 아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다시 말해 주거시설에는 불이 나도 불난 것을 알려줄 시설이나, 불을 끌 기구가 없어 인명피해가 많이 발생했었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화재로부터 생명을 지켜줄 최소의 수단조차 갖추지 못했던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실제로 국민들 대부분은 가정 내, 가장 두려운 재난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첫 번째로 화재를 꼽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안전시설을 설치한 가정이 많지 않은 것을 보면, 국민 대부분이 화재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으면서도 화재방지 설비에 대한 관심은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그렇다면 겨울철 주택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아마도, 화재발생 사실을 경보음을 통해 알려주는 단독경보형 감지기와 소화기를 가정 내 비치해 놓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나 이러한 공공기관의 제도개선 및 정책적인 노력도 결국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어야 빛을 발하는 법이다.내 가정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만들어진 법이라면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또한, 2~3만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유사 시 우리 가족의 귀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이는 당연 투자되어야 할 가치 있는 비용이라 생각된다.

이제 국민 모두 관심과 의지를 가지고, 작지만 효율적인 투자를 실천한다면 올 겨울 주택화재로 인한 인명 및 재산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소명을 지닌 한 사람으로서 화재로 사랑하는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고 오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

대부분의 화재는 부주의와 무관심에서 비롯되기에 우리 스스로 화재의 위험요인은 없는지 항상 생활 속에서 주변을 점검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모두가 포근하고 안전한 겨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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