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평사 주지 해가 정림

▲영평사 주지 해가 정림 스님    ⓒ뉴스24
불가에서는 어린이의 마음은 부처님 마음과 같다고 한다. 그만큼 순수하기 때문이다. 지난 6일은 정부가 임시공휴일로 정해 학교와 학원 등 공부 때문에 성인보다 더 바쁜 아이들이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참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이처럼 좋은 달마저 웃지 못하고 학대와 폭언,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도 많아 마냥 행복한 날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그 어디선가에는 어른들의 욕심과 이기심 때문에 학대받고 있는 어린이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전통 가족제도의 장점은 젊은 부모들이나 인생경험이 풍부한 조부모들이 올바른 양육을 위해 잘 조절하고 돕는 수직사랑이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제 대가족제도는 붕괴되고 핵가족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가정교육까지도 흔들리는 시대가 왔다.

그것 뿐 인가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친부모가 자식을 학대하는 세상이 됐으니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왜 부모가 자녀를 학대할까? 참으로 복합적인 심리 작용의 표출이겠으나 그 핵심은 어려서부터 심어진 마음 상처가 그 원인으로 풀이 된다.

어릴 적 부모로부터 받은 마음의 상처가 평생 가슴속에 남아있어 자식들의 잘못이나 옳지 못한 행동을 교화하려 하지 않고 “내가 어렸을 땐 어찌어찌 했어”라며 훈계를 전면에 내세워 아이들을 구타하고 학대하는 앙갚음을 되풀이 하는 것이다.

학대 행위는 반복될수록 그 강도는 점점 세지는 특성이 있어 자기 스스로도 통제하기 어렵게 되며 정신은 더 피폐해진다. 이처럼 어린 시절 마음의 상처는 대를 이어가며 무서운 과보로 되풀이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일 통계청·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6 아동학대 통계’에 따르면 2014년 기준 0세부터 17세까지 아동을 학대한 사례가 1만27건으로 전년 6,796건에 비해 47.5%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 5,657건, 2011년 6,058건, 2012년 6,403건과 비교해도 크게 증가한 수치다.

특히 아동학대 사건은 가정 내에서 80% 이상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따뜻하고 행복해야 할 가정에서 많은 아이들이 웃기는커녕 학대받으며 살고 있는 것이다.

소승은 종교를 초월해 이 세상에 더 이상 학대받는 아동들이 없도록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온 가족이 참여하는 반성문쓰기대회. 즉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보내는 반성문이며, 자녀들은 부모들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반성문을 쓰며 자신을 돌아보는 자리를 마련해 보는 것이다.

이렇듯 부모와 자녀 간 수직사랑이 이어지면 그 안에서 해결책이 나올 것이다.  모든 아동문제는 가족 간 대화근절이 원인이며, 이로 인한 인성교육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 영평사에서 앞장서서 아동을 위한 아니 가족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 화목한 가정, 행복한 가정 만들기에 선봉장이 되려 한다.

가정의 달을 최고의 날로 만들어주지는 못하더라도 최악의 날은 되지 않도록 어른들의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행복과 사랑이 가득해야 할 가정에서 학대와 고통 받는 아이들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발원해 본다.

 

저작권자 © 경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