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분례여사, 청국장 명인(제62호)지정

▲서일농원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쫙 펼쳐진 장독대가 눈에 띈다.   ⓒ뉴스24
예부터 한집안의 음식을 좌우하는 장맛… 최근 들어 된장, 고추장, 간장 등 한국 고유의 토종 장류가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전통 장류로 유명한 일죽면 화봉리의 서일농원은 경기도의 ‘슬로푸드 명소’로도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슬로푸드 명소 서일농원 대표 서분례 여사(69)가 전통 옛법대로 만드는 전통장류 부문에 ‘청국장’ 명인(名人)으로 지정됐다.

안성에서는 처음이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는 지난 9월 24일 식품산업진흥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장류, 김치류, 주류, 묵류 전통식품식품명인 7인을 새로이 지정하고 식품명인지정서를 수여했다. 식품명인은 국가가 지정하는 해당 식품분야 명인으로서 명예를 갖게 되고, 명인이 제조하는 제품은 식품산업진흥법 제14조 제2항에 따라 식품명인의 표지를 표시를 할 수 있게 되어 명인제품의 소비 촉진에도 기여하게 된다.

식품명인은 ‘식품산업진흥법’에 따라 당해 식품의 제조·가공·조리 분야에 계속해 20년 이상 종사하거나 전통식품의 제조·가공·조리 방법을 원형대로 보존하고 있으며, 이를 그대로 실현하는 등 자격요건을 갖춘 자를 대상으로 시·도지사가 사실조사 등을 거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또는 해양수산부장관에게 추천하면, 식품산업진흥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하게 된다.

선정된 식품명인에 대해서는 명인 제품 전시·박람회 개최, 판로확대 및 홍보 등 다양한 지원을 통해 식품명인의 보유기능을 계승·발전시키고, 우리 전통식품의 수출 확대 및 한식세계화 등과 연계되도록 지원하게 된다.

▲서분례여사   ⓒ뉴스24
이번에 청국장류 명인으로 지정된 서분례 여사는 고향인 경북 영덕에서 집안 대대로 전승된 장류제
조비법을 바탕으로 전통적 방법으로 장류를 생산·판매·체험·전수함으로써 전통장류 명맥을 계승·보존하기 위해 노력해온 장인정신을 인정받았다. 

서일농원(www.seoilfarm.com)은 ‘슬로푸드 명소’로 지정되기 전부터 이미 관광명소였다. 하루 평균 300~400명, 연간 약15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유명한 곳이다. 특히 휴일이면 주차장이 모자랄 정도며, 전통 장류로 만든 식사를 하기 위해 1시간 이상 기다리는 일도 잦다. 농원 뜰에 질서있게 늘어선 2,000여개의 장독대 안에는 된장·고추장과 장아찌류가 구수하고 맛깔스럽게 속삭이며 익어가고 있는 장관을 보고있으면 기다리는 지루함도 어느덧 도망가 버린다. 

명인 서분례 여사가 운영하고 있는 서일농원은 1982년 서 여사가 좋은 시설의 양로원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이곳에 과수원 6,000여 평을 사면서 시작됐다. 지난 1991년 양로원 예정지에 재미삼아 콩을 심었는데 그해 다섯 가마를 수확했다. 솥을 내걸고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고 장을 담가 친지·친구에게 나눠줬다. 주변에서는 “젊은 사람이 이렇게 장을 잘 담그냐”, “어머니 손맛보다 낫다”며 칭찬이 자자했다. 

서울에서 여행사를 경영하던 경상도 아줌마는 그때부터 하나둘 항아리 숫자를 늘리게 됐고, 점차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서 여사는 제대로 된 된장맛을 내기 위해 옛 문헌을 뒤지고, 솜씨 좋은 어른이 있다면 전국 어디든 달려갔다. 경상도·전라도·충청도 대갓집과 종갓집을 문턱이 닳도록 찾아 다니며 배우고 익혔다.  

서일농원의 장맛에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재료를 써서 전통방식으로 정성을 담아 만드는 것이 전부다. 콩·소금·옹기·물, 어느 하나 소홀해서는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없다. 서일농원의 장류는 대량 생산해내는 ‘공장제품’이 아니다.

옛날식으로 햇콩을 삶고 다져서 메주를 빚고, 그 메주를 띄워서 장을 담그기 때문에 장맛이 살아있다. 특히 이곳 일죽면 일대는 한강수계보호지역이어서 오염원이 없는 청정지역으로 유명하다. 더구나 서일농원은 수질이 뛰어난 지하150m 암반수를 이용해 전통방법으로 위생적인 명품만을 생산하고 있어 인기를 더하고 있다.     

명인 서분례 여사와 가족들은 조선시대 「증보산림경제」 ‘수시장법’에 수록된 방법에 가깝게 제조한 청국장을 친정할머니로부터 3대 째 제조비법을 전수받아 18년 이상 청국장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또 자녀들에게도 그 비법을 전수 중이다.  

서일농원은 여러종류의 장류를 비롯해 장아찌와 김치, 식초, 농민주 등과 청국장을 이용한 버거와 이유식, 다식, 과자, 떡갈비와 너비아니 등도 연구하고 있으며, 몇 개의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농업 6차산업의 모범업체로 선정돼 지역 농업활성화 및 유휴노동력 고용에 이바지 하며 ‘슬로푸드체험학습장’을 운영하는 등 전통식품 보급에도 앞장서고 있다. 

특히 로컬푸드운동을 실천하고 있는 서일농원은 관내에서 생산된 콩을 농협을 통해 전량 수매해 관내 콩 재배 농가의 판로 걱정을 덜어주고, 가격 또한 일반 수매가보다 더 높게 책정하는 등 로컬푸드운동의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고 우리 장으로 만든 음식을 맛본 사람들이 다시 서일농원을 찾는다. 그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솔리’다.  ‘솔리’는 이곳 서일농원에서 전통방식으로 만든 장류를 이용해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을 판매하는 음식점 이름이다. 그러나 시간을 잘못 선택해 찾아오면 한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기다렸다가 먹을 만한 값어치가 있기 때문이다. 

서일농원은 지난 96년부터 서일농원의 브랜드로 된장·고추장·간장·쌈장·청국장 등 전통장과 장아찌, 매실식품 등 발효식품을 상품화해 일반에 판매하고 있다. 대리점이나 백화점 같은 기존 유통방식을 탈피해 농원 현지와, 전화 및 인터넷으로만 판매하고 있다. 이같은 유통방식은  소비자에게 ‘아무데서나 살 수 없는 명품’이란 강한 인식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또 지난 2001년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인증을 받아 아직 소량이지만 청국장·청국장환·된장 등을 북미지역에 수출하며 대한민국 전통음식 알리기에도 한몫하고 있는 등 안성의 자랑스런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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