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노사 극적 타결에 박수를 보내며...황은성 시장

▲황은성 안성시장   ⓒ뉴스24
지난 20일 새벽 안성에는 비보 날아들었다. 다름 아닌 안성시의 발인 백성운수가 파업에 돌했다는 소식이었다. 우려가 현이 되는 순간이었다. 단 한 번 버스 파업이 없었던 안성시에 어이 불상사가 시작되는지 안까움이 밀려왔다.

물론 안성시에서는 18일부터 비수송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상황 예의 주시하며 파업에 대비해 세버스 등 총 17대의 가용차량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마지막 바람은 어디까지나 ‘협상타결’이었다. 대책 수립에 여념이 없던 20일 저녁, 이번에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파업이 시작된 지, 만 하루가 되기도 전에 노사간의 극적인 임금협상이 타결되었다는 내용이었다.

하루 사이에 지옥과 천국을 오가는 기분이었다. 먼저, 단 몇 시간 만에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파업을 접고 제자리로 돌아와 주신 백성운수 노조원들과 파업이후에도 끝까지 테이블에 나와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주신 사측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도심을 제외하면 읍면 지역으로 가늘고 길게 인구가 분산되어 있는 시의 특성상, 버스는 반드시 필요한 시민의 발이다. 현재 안성시가 백성 운수에 지급하고 있는 보조금은 도비를 포함해 34억 3천만원으로 이 가운데 4억 3천만원은 산간 오지 지역 등 이용객수 감소에 따른 노선을 폐지하지 못하도록 버스 회사의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쓰여진다.
 
물론, 회사 측에서는 보조금을 받지 않을 테니 노선을 폐지하고 싶다는 의사를 종종 내비쳐 오기도 했었다. 탑승객이 많지 않은 노선의 비애이며, 인구 30만 자족도시로의 가야하는 당위가 뼈 져리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어떤 대도시에도 손익분기점에 미달인 노선은 있기 마련이다. 그러기에 버스는 영리 목적의 도구가 아닌 공공의 기재이다.

파업은 노동자의 권리이지만, 이번 파업이 더욱 염려스러웠던 것은 임금 협상의 볼모로 ‘시민’을 잡았기 때문이다. 차량 보유율이 1.12%(2015년 7월 기준)로 낮고 전철이 없는 안성에서 주민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은 택시를 제외하고는 버스인 셈이다. 만의 하나 파업이 장기화 되면, 누적된 피로감과 무리한 운행으로 시민의 안전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상황이었다.
 
우리가 하나의 공동 목표를 수행할 때, 저마다 다른 이해 관계는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갈등이 고조되어 폭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양보와 한발 물러서기는 필수이다. 자신의 입장만을 고수한다면, 원하는 것을 얻기는커녕 지금 가진 것조차 보존하지 못하고 승자 없는 소모적인 게임을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시장으로서 양측 모두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린다. 기업가 출신이기에 사측의 경영 생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같은 일을 하고 다른 지역보다 더 낮은 대우를 받는 노조원들의 개혁 의지에 십분 공감도 간다. 하지만 기업과 노조는 뗄 수 없는 관계다. 노사 모두 서로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서로 한 발 양보를 했을 때만이 우리는 원하는 곳에 가까이 도달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 OECD 가입 국가 가운데 노동시간은 최장이지만 생산성은 최하위인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대로 가면 20년 후 한국의 잠재성장율은 1%대로 추락한다는 OECD의 경고도 있다. 이번 파업은 작게는 백성운수 노조원의 근로 조건 개선에 기여했지만, 크게 보자면 대한민국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데 일조 했다고 믿는다.

끝으로 긴박한 순간, 양보와 타협이라는 아름다운 미덕을 보여주신 백성운수 노사 양측에 다시한번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 우리 안성에서 크고작은 갈등이 발생했을 때, 이번 사례를 교훈삼아 값진 양보로 서로 윈윈하는 노사문화의 초석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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