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철 안성시의회 의장

▲유광철 안성시의회 의장   ⓒ뉴스24
2008년. 쌍용차가 법정관리에들어갔다. 노조가 파업을 시작했고 회사는 문을 닫았다. 직원들이 길거리로 내몰렸고 상가도 문을 닫았다. 평택 경제가 바람 앞촛불처럼 흐느적댔다.

2009년 월 11일, 김문수 도지사와 경기남부권 시장들이 모였다. 추운 날씨 속에서 이들이 외친 구호는 하나였다. “폐업 위기의 쌍용차를살려 달라!, 평택 경제를 구해 달라!” 그 후로 쌍용차는 정상화됐고 지금 평택은 나날이 번창하고있다. 그날, 시장들은 분명 자기 동네시정(市政)을 미루고 달려갔을 거다. 틀림없이 ‘우리의 이웃, 평택의 고난 극복을 위해 머릿수라도 보태겠다’는 정(情)으로 갔을 거다. 그들은 자기 고장의 사정을 접어두고 “쌍용차를 살려 달라! 평택 경제를 구해 달라!”고 외쳤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났다. 그리고 지금 상수원보호구역을 둘러싸고 평택과 용인, 안성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1979년 안성과 평택 경계인 안성천, 용인과 평택 경계인 진위천에 각각 유천취수장과 송탄취수장이 설치돼 상류인 안성과 용인 지역 일부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개발규제를 받기 시작했다.
이 지역은 경부고속도로가 지나는 알토란 같은 땅인데다 규제 면적만 여의도의 22배이다. 

이에 경기도에서는 지난 4월, 지자체 간 갈등해소를 위한 ‘1박2일 상생협력 토론회’를 개최했고, 이 자리에서 36년 묵은 이 일을 해결하고자‘진위·안성천 수계·수질 개선 및 상생협력방안 연구용역’ 추진이라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경기도와 안성·용인·평택시는 이날 상생용역을 진행하는 데 합의했다.

상생용역 추진은 유천·송탄 취수장과 관련, 지자체 간의 갈등요인을 분석해 수질개선 등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 규제 합리화 방안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용역비는 모두 6억원으로 경기도가 40%(2억4천만원)를, 3개 시가 각 20%(1억 2천만원)씩을 부담키로 했다.

하지만 지난 16일, 안성·용인시의회는 관련예산을 모두 승인했으나 같은 날 평택시의회는 용역비 전액을 삭감한 추경 수정안을 의결했다. 빠르면 10월 초부터 추진될 예정이던 상생용역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용역비 삭감 과정에서 평택시의회의 한 의원은 “상수원 보호구역이 해제되면 향후 평택시 수질은 엄청나게 나빠질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 예상되며 이는 평택시 농민들의 파괴와 사민들의 건강한 삶에 심각한 문제가 나타날 것‘을 주장하며 삭발을 감행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주장은 본질을 잘 못 본 것이다. 공동 용역은 상수원 보호구역의 규제를 해소하면서 수질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보호구역 전체를 풀지 일부를 풀지, 그러면서 수질은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법적 규제와 기술적 해결방안을 찾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용역을 실행하면 상수원보호구역이 그냥 풀려 버릴 것이라는 오해로 상생을 위한 협력의 길을 원천부터 차단해버렸다.

36년간 개발제한, 세수감소, 재산가치 하락등의 피해를 보아온 안성, 용인과 비상급수시설과 농업용수를 지키겠다는 평택. 옳고 그름으로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지역이기주의라고 서로 손가락질해서도 안 될 일이다. 각자의 생각과 판단을 표현하는게 옳다. 꼭 정답은 아니어도 된다. 저마다의 생각과 판단이면 족하다. 의견은 그렇게 모아지는 것이고, 그 의견들이 충돌하면서 최종 합일(合一)로 다가가는 것이다. 

그 첫걸음이 이 공동 용역이다. 이 첫걸음을 막아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평택에서는 공동용역비를 마무리 추경이든, 본예산이든 반드시 편성해 주기를 바란다.

안성, 평택, 용인은 쌍용차 사태 때도 메르스 사태 때도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힘을 모아온 이웃이다. 생활권을 공유하며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분담해 왔던 우리가 이번일을 감정싸움으로 번지게 두어서는 아니될 일이다. 이웃이 다 함께 잘 사는 방법을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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