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아 세계시민선언 공동대표
이설아 세계시민선언 공동대표

[경인신문=이설아 세계시민선언 공동대표] 선거가 끝났다. 언론과 소위 인플루언서들은 억울함에 찬 '이대남(20대 남성)'들이 70%가 넘도록 압도적으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한 것에 대한 비평을 쏟아내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서 '여성주의', 소위 '페미 정책'이 이들을 우향우 시켰다고 훈수를 놓는다. 집토끼였던 '이대녀(20대 여성)'이 돌아서고, 심지어 사표라고 할 수 있는 제3당에 15%나 가깝게 투표한 것은 신경쓰지 않는다.

20대 남성들의 반정권 정서에 여성주의가 정말 문제였다면 미투 운동 이후 그들의 정부 지지율에 변화가 없었다는 점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애초에 대선 직전 30% 가량 밖에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았던 20대 남성들이 이번 '정권심판론'에 따라 유승민, 안철수 등으로 대표되는 원래의 중도-보수 진영에 투표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70% 가까이의 국정 지지율을 보이던 20대 여성들도 비슷하게 약 20%p가 국민의힘 지지자로 이탈했다. 이탈율로만 따지면 국민의힘으로 움직인 20대 여성표가 20대 남성표보다 훨씬 크다. 앞서 언급했듯 차마 양당에 투표하지 못한 20대 여성들은 페미니즘을 전면에 내세운 '여성의당', '진보당' 등으로 움직였다. 그러면 이들도 역시 '페미 정책' 때문에 이탈한 것인가?

이 사안에 대해 20대 여성인 필자로서는, 언론발 이남자 타령에 정부가 휘둘리느라 집토끼를 몽땅 잃었다고 밖에 평가할 수 없다. '성평등 정책'이 문제였다면서 '여성우위'라는 시대 흐름과 배치되는 소리를 내뱉고, '안티페미'들의 영향력을 키워주기 급급했다. 

민주당에게는 20대 여성이 일관된 핵심 지지층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반여성주의 노선을 걸었고, 특히 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등을 방기하니 가장 큰 이탈이 벌어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심지어 여성이 아니었으면 어땠을까? 20대 여성의 55% 지지율은 다른 세대와 성별에 비해 지지율을 크게 유지한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이면을 들여다 보면 확실하게 민주당에게 '빨간 불'이다. 민주당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소위 이대남 이론에 휘둘려 남은 집토끼마저 모조리 떠나가게 할 지 이는 앞으로의 민주당 개혁 행방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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