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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화합, 혁신을 기조로 승가공동체 정신을 회복하겠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의 사회적 회향을 통해 미래불교를 열어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에 당선된 원행 스님은 13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 특별무대에서 열린 취임 법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법회에는 종정 진제 스님과 종도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등 타 종교 지도자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각계 인사를 포함해 5000여명이 자리했다.

원행 스님은 취임사에서 “우리 종단은 지난 시절 커다란 혼란기를 겪었다”며 ‘소통, 화합, 혁신’과 함께 ‘초심’을 강조했다. 원행 스님은 설정 전 총무원장 퇴진 등을 둘러싼 조계종의 혼란과 관련해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고 상식과 제도를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했어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승가는 승가답게, 불자는 불자답게, 한국 불교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종단 내부의 문제에 대하여 건강하면서도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분들이 있다면 그분들과도 마음을 열고 대화의 장을 지속적으로 만들겠다”며 ‘소통과 화합위원회’ 설치를 약속했다. ‘남북 불교 교류사업’과 관련해 “정부와 협력해 금강산 신계사에서 템플스테이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고, 북한 사찰의 폐사지 복원과 사찰림 녹화사업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도종환 장관이 대독한 축사에서 “한국 불교 1700여년의 유구한 역사 속에는 민족의 애환이 서려 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석장을 곧추세워 호국정신을 이끌었고 사부대중이 도탄에 빠지면 육바라밀의 실천으로 중생을 구제해왔다”며 “그 크신 부처님의 자비행을 오늘에 되살려 우리 국민 모두 너나없이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를 만드는 데 앞장서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눔의집 이옥선 할머니도 참석해 원행 스님을 축하했다. 이 할머니는 “원행 스님이 20년 넘게 나눔의집 할머니들을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며 “지금까지 할머니들을 도와주신 것처럼 앞으로 더 좋은 일 많이 해달라”고 말했다. 원행 스님은 2003년부터 나눔의집 원장을 맡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지원해 왔다.

김희중 대주교는 축사에서 “원행 스님은 1980년 10월 신군부에 의해 총무원장 자리에서 강제로 물러났던 월주 스님과 상좌 관계”라며 “성(聖)과 속(俗)의 소통과 불교계의 쇄신 그리고 종교 간 대화를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헌신하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북한의 조선불교도연맹 강수린 위원장은 축전을 보내 신임 총무원장의 취임을 축하했다.

이날 법회는 반야심경 봉독과 종정 진제 스님의 법어, 원행 스님의 취임사, 참가자들의 축사 등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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