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아이디어 제공한 사회적기업 ‘식판선생님’ 파산 초읽기
시장·담당부서·제3업체 영업 묵인 의혹… 사회적경제 신뢰도 ‘추락’

                              ▲사회적 기업 식판선생님 강성인 대표
                              ▲사회적 기업 식판선생님 강성인 대표

[ 경인신문= 박우열 기자] 안성시가 전국 최초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어린이집 식판세척 사업이, 불과 3년 만에 사업 제안자를 파산 위기로 내몰리는 최악의 사례로 전락했다. 이 사업을 처음 기획하고 제안해 안성시와 공식 협약까지 체결했던 사회적기업 식판선생님강성인 대표는 행정의 약속 불이행과 묵인된 불공정 경쟁을 이유로 들며 극심한 정신적·경제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그는 전국 최초의 사회적경제 모델이 시장의 치적 홍보물로만 소비되고, 실제 운영에서는 철저히 방치됐다고 토로한다. 안성시는 협약서에 명시된 절차와 공정성을 지키지 않은 채 제3의 업체 영업을 사실상 허용하며 사회적경제 정책의 근간을 흔들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업무협약 체결과 동시에 무너졌다전국 최초 사업의 시작과 붕괴

식판선생님 강성인 대표는 2019년부터 식판세척업을 준비해오며, 코로나19 이후 공공보건·사회적경제 연계 모델로 발전시켜 20215월 안성시에 전국 최초 사업을 공식 제안했다. 이후 202212일 안성시·어린이집연합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그러나 강 대표는 협약 체결 직후부터 시가 약속한 협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았다사업 지속 자체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보조금 결정 권한과 어린이집 연합회를 좌지우지하는 시장은 어린이집 식판 세척 사업을 치적과 홍보용으로 전락시킨 가장 큰 책임자라고 지목했다.

, 식판세척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있었던 새로운 사실도 전했다.“당시 시장의 측근이란 사람을 통해 식판세척 사업을 제안하는 자리에서 당원 모집 요구와 시장 면담 추진을 약속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입당원서 수십 장을 받아 측근이란 자에게 전달한 뒤에 시장 면담이 이뤄져 그 자리에서 식판세척 사업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협약서 내용 
                                                                 ▲협약서 내용 

전국 최초로 주목받았던 사업, 1년 만에 균열

지난 2021112일 안성시와 사회적기업 식판선생님’, 자활센터 라라워시등 이 세 주체는 안성시 어린이집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식판세척 서비스 제공을 약속하는 협약서에 서명하고 담당 물량은 식판선생님(60%) 라라워시(40%)로 명확히 합의됐다.

안성시의 이 같은 사업 추진의 정책적 의미는 위생 문제 해결과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사회적경제 모델 구축 등이다. 100% 보조금을 기반으로 하는 전국 최초의 사업은 전국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었고, 20248월에는 JTBC 사회적경제 특집 프로그램에 성공 사례로 공개되기도 했다. 김보라 시장도 이 방송에 동행하며 안성시의 혁신 정책이라 홍보했다.

, 시장은 방송뿐만 아니라 각종 지자체 방문 시에도 자랑했다며 들은 내용을 전해 들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식판 세척 사업을 시가 인정하면서, 사업 제안자에게는 가혹했다고 덧붙였다.

협약 직후부터 이상 징후가 시작됐다. 협약서에 없던 제3업체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강성인 대표는 202112, 협약에 참여하지 않은 특정 업체가 관내 어린이집을 상대로 영업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어린이집 원장들에게 직접 전해 들었다.

당시 해당 업체는 사회적기업이 아니었으며, 또한 식판세척 시설조차 안성에 없었다.(이천에서 세척 후 배송)더구나 이 업체는 협약 절차를 거치지 않은 업체며 시장의 약속도 비웃듯 버젓이 영업을 이어가는 업체의 정체가 누군지 여전히 의문이다.

강 대표는 즉시 안성시 보육과와 안성시민활동통합지원단 단장에게 문제를 전달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신경 쓰지 말라”, “확답하기 어렵다모르쇠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 묵인 의혹

결과적으로 제3업체는 식판선생님 물량 3,000명 중 약 1,000명을 가져갔고, 사업 손실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커졌다.

수억원대 초기 투자그러나 사업은 날개 없는 추락

강성인 대표는 협약에 따라 3,000명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설비를 스스로 구축했다.

초기 투자 내역

식판 10,000/ 수저·포크 10,000, 식판배송 박스 2,000, 자동식판세척기 2, 애벌세척기·초음파 세척기, 대형 열건조기 3, 식판자동포장기, 냉난방기 2, 대형 닥트 시설, 배송차량 2, 근로자 5명 채용 등이다.

그러나 제3업체의 영업으로 전체 물량의 30%가 유출되었고, 매월 발생하는 고정비와 인건비를 개인 자금(대출)으로 충당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강 대표는 20249월 결국 심각한 스트레스와 과로로 119구급차에 의해 안성의료원으로 실려 갔다고 말했다.

시장의 반복된 약속그러나 실천은 한 달짜리

202410월 시장 면담

강 대표는 시장·사회복지과장·보육 팀장과 면담을 갖고 다음과 같은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202512일부터 식판세척 사업을 정상화하겠다.” 이후 어린이집연합회에도 동일한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단 1개월 만에 약속 파기

20252, 3업체 영업 재개 20253, 어린이집 대부분이 그 업체와 계약. 강 대표는 시장이 스스로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사실상 희망을 잃었다고 말했다.

더 큰 의문왜 그 업체만 영업이 가능했나

강 대표는 협약도 없던 업체가 어떻게 한 달 만에 안성 전역으로 확산됐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안성시의 모 책임자는 강 대표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런 얘기를 계속하면 시장님이 다칠 수 있다.” 이 발언의 취지는 끝내 설명되지 않았다. 강 대표는 이 말을 이해하려 애썼지만,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시장의 직접 전화의미는?

강 대표는 2022년 사업 초기에 김보라 시장으로부터 3~4차례 직접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사업 잘되고 있나요?” 당시에는 격려 전화라 생각했지만, 이후 시장 전화는 사업 결정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신호라는 지인들의 해석을 듣고 의구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강 대표는 지금 생각하면 그 전화조차 사업 구조를 알고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시의회 회의록이 증명한 사업의 성과와 희생

202210월 안성시의회 업무청취특별위원회 회의록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식판 세척 사업의 높은 반응, 위생·안전 향상, 업체의 어려움, 행정의 미지원, 운영 부담 누적 즉, 사업이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행정이 아닌 업체의 희생때문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2510월 박근배 시의원도 시정질의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이 사태는 단순한 업체의 사업 실패가 아니라 행정의 공신력 붕괴이자 사회적경제 자생력 짓밟기라며 시의 공식적인 해명을 요구했다.

사회적경제 129식판선생님이 무너지면 의미는 없다.

안성시에는 2025년 기준 사회적경제 조직이 129곳 존재한다. 그러나 전국 최초 사업마저 보호하지 못하는 지자체가 이들의 자생력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회적기업의 기반은 투명성과 공정성 그리고 행정의 신뢰, 협약 이행 등, 이 네가지가 핵심이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이 모든 것이 붕괴된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3년의 기록그리고 남은 질문

강성인 대표는 3년간의 고통 속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남긴다. 협약도 없는 업체는 왜 영업이 가능했나. 시는 왜 이를 제지하지 않았나. 보조금 체계는 왜 특정 업체에만 유리하게 흘렀나. 시장의 약속은 왜 단 1개월 만에 사라졌나. 행정 책임자는 왜 시장이 다칠 수 있다고 말했나. 이 질문들은 아직도 답을 얻지 못한 채 남아 있다.

안성시에서 혁신 정책으로 추진한 식판 세척 사업이 왜 실패했는지 따져보니 협약 내용 미준수 행정의 관리·감독 부재 3업체 영업 묵인 시장의 책임 회피 사회적경제 원칙 무시 사업 제안자 보호 장치 전무 불공정 경쟁 구조 방치 등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국 최초로 출발한 안성시의 식판세척 사업은 단지 한 사회적기업의 실패가 아니라 지자체 행정의 공정성과 책임성을 시험한 사건이다. 행정은 홍보보다 절차가 중요하고, 치적보다 지켜야 할 약속이 앞서야 한다.

강성인 대표의 말이 이 사건을 압축한다. 전국 최초라 자랑하던 사업이, 결국 전국 최악의 실패 사례가 되었습니다.” 안성시의 명확한 해명과 재발 방지 대책, 그리고 무엇보다 피해자 구제가 시급해 보인다.

한편, 큰 꿈을 그렸던 사회적기업 강 대표는 지난 9월부터 소한이 지난 현재까지 시청 입구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지만 안성시는 묵언 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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