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식 지산그룹 회장
한주식 지산그룹 회장

세상에는 두 부류의 회사가 있다.
돈 없는 회사와 돈 있는 회사.

돈 없는 회사는 상장을 한다.
왜냐, 돈이 없으니 시장에서 돈을 빌려와야 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이라는 우물가에서 두레박을 내려, 투자자들의 돈을 퍼 올린다.
그 대신 매 분기 실적을 보고해야 하고, 주가가 오르내릴 때마다 가슴도 덜컥 내려앉는다.
마치 쌀독이 비자마자 동네 쌀가게 외상 장부를 찾아가는 집안 같다.

반면 돈 있는 회사는 다르다.
쌀독에 쌀이 가득한데, 굳이 동네에 떠들썩하게 알릴 필요가 있나?
내 창고에 쌀이 넘치는데, 외상값을 갚으러 고개 숙일 이유가 있나?

나는 15년 동안 주식을 꽉 움켜쥔 바보였다.
배당도 안 하고, 외부 투자자도 받지 않았다.
그 바보짓 덕분에 100억이 3조가 되었고, 지금도 회사는 눈치 보지 않고 자기 길을 간다.

상장은 가난한 회사의 길이다.
비상장은 부자의 길이다.

나는 바보처럼 주식을 움켜쥐고 있지만, 이 바보의 주식은 언젠가 통 크게 기부되어 세상 사람들의 양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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