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셋째 주 토요일 봉사의 기쁨 실천

     
 
   
 
 
 

              8급 신입직원~5급 간부공무원 41명 
             4년 전부터 소박하고 아름다운 나눔

           ‘구세군 안성평화의마을’ 쓸고 닦고
           어르신 목욕서비스에 말벗까지 되어 

              “누군가에게 내가 꼭 필요한 존재…
             그냥 지금 내게 있는 것 갖고 나눠” 

              직급 무시하고 자율적 분위기서 활동
             자녀들 데려오는 대원도 생겨 산교육


봉사를 하는 사람들은 이런 말을 자주 한다.

“나누는 기쁨은 받는 기쁨보다 훨씬 큰 것이며 경험해본 사람만이 안다.”
여기에 하나 더 “가진 게 없어도, 남보다 잘난 게 없어도 함께 나누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대단한 기부나 화려한 지원은 아니지만 소박하게 내게 주어진 일상 안에서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주인공은 ‘안성맞춤 공무원봉사대’.

매월 셋째 주 토요일이면 봉사를 필요로 하는 어딘가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소박한 나눔의 천사들, 그들을 찾아가 본다.

조용한 구세군 안성평화의마을 토요일 아침,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아니, 손님이라기보다는 일손들이다.

10여명의 일손들은 들이닥치자마자 제 집처럼 팔을 걷어붙이고 익숙한 손놀림을 시작한다. 구세군 평화의마을 대청소는 그렇게 시작됐다.

먼저 입소시설과 보호시설 등의 내부 청소에 이어 평화의마을 곳곳을 쓸고 닦는 외부 청소, 그 다음으로는 어르신들을 위한 목욕서비스가 개시된다. 평화의마을을 쓸고 닦고 하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안성시청 공무원들로 구성된 ‘안성맞춤 공무원봉사대’다.

총 회원은 41명으로 연혁은 4년 됐다. 그러나 4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가입회원도 거의 제자리 수준이며 돈이 많은 단체는 더더욱 아니다. 8급 신입에서 5급 간부공무원까지 구성원도 다양하다. 하지만 4년 동안 한 달에 한번 약속된 봉사의 시간을 멈춘 적은 없다.

노인들은 목욕서비스를 가장 반겨한다. 씻고 싶어도 씻을 수 없는 것은 당해본 사람만이 안다고 해야 할까. 자식이 있든 없든 여기서는 다 외롭다. 거기에다 건강에 문제가 있는 노인들이 대부분이어서 겨울은 겨울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목욕 한번이 아쉽다.

“시원하시죠?” 청력조차 많이 쇠한 듯 마른 몸을 맡긴 노인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나는 곳을 돌아본다. 봉사대원은 바로 눈치 채고 입술을 크게 벌려 말한다.

“시원하시냐구요!” 그제야 알아들은 듯 노인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인다.

천하의 칭기즈칸도, 로마의 네로 황제도, 이집트의 람세스 왕도 피하지 못했던 것, 다름 아닌 노화와 죽음이다.

그것은 생명체라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절대 절명의 숙명이지만 때때로 현대인들은 마치 영생이라도 할 것처럼 늙음과 죽음을 너무 멀리에 두고 하루살이처럼 급하게 산다.

그도 아니면 지난한 삶의 탈출구로 죽음의 버튼을 덜컥 누르기도 한다. 죽음의 자기 통제력보다도 못한 것이 노화의 자기 통제력이다. 보톡스를 맞는 그 순간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노화는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OECD 가입국 중 자살률 1위, 출산율 꼴찌 등등 국가 발전을 저해할 무거운 요인들이 대한민국의 내일을 억누른다.

이곳 시설에서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자화상을 엿볼 수 있지만 청소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목욕을 하다 보면 어느덧 봉사는 세상의 어두움을 닦아내는 숭고한 작업으로 바뀐다.

보통 목욕서비스는 30분 정도. 자신의 부모에게도 해주기 어려운 목욕봉사는 대원들과 노인들을 끈끈하게 이어준다.

시원하게 목욕을 하고 난 노인들은 마치 아이들처럼 해맑다. 그 미소 한번을 보기 위해 봉사는 계속되는지도 모른다. 봉사를 하러 오는 단원들의 이야기도 제각각이다.
“누군가에게 내가 꼭 필요한 존재가 된 것 같은 기분, 그런 뿌듯함이 있습니다. 물론 그 게 첫째는 아니고 어르신들을 직접 뵙고 청소도 하고 돌아가는 길은 여기에 올 때보다 훨씬 더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마음속에는 항상 가진 것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내가 부자도 아니고, 많이 배운 것도 아니고, 그냥 지금 내게 있는 것을 가지고 나눈다는 생각입니다.”
“그냥 애들하고 같이 오면 아이들에게 말 그대로 산교육이 되는 것 같습니다.”

회원들에게 봉사의 소감을 묻는 질문에 저마다의 답이 돌아온다. 물론 인터뷰를 거부하고 도망가는 회원도 있다. 내세울 것이 없다는 것이다.

“마음속에 봉사를 꿈꿔 온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서 만들어졌는데, 한나절 봉사하고 나서 간단하게 저희끼리 점심을 먹고 헤어져요. 회비가 많지 않지만 올 봄에는 40만원을 모아 형편이 어려운 두 분께 전달해 드렸고 얼마 전에는 서인시장 내에 있는 급식소에서 급식봉사를 하고 급식비조로 50만원을 지원해 드렸습니다.”

안성맞춤 공무원봉사대는 행정8급의 박선애(사회복지과 생활보장 서기)씨가 회장, 총무는 6급의 송석근(환경과 환경담당)씨로 이들의 실제 평균 참여 인원은 10명 내외. 어디에도 강제성은 없다.

직장에서는 위아래가 분명하지만 이곳에서는 함께 봉사하는 동료이고 뜻이 같은 사람들일 뿐이다. 봉사대 임원이 이렇게 구성된 데에는 한번 총무로 선출되면 부회장이 되고 회장이 되는 반강제적인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추천을 받아서 총무를 정해요. 그러고 나면 그 총무는 부회장으로 가고 다시 회장까지 갑니다. 그런 게 중요하지는 않지만 저희가 공무원 사회다 보니까 직급 위주로 간부를 정해서는 안 되겠다 싶더라구요. 그래서 좀 더 자율적인 분위기를 만들고자 직급은 무시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했습니다.”

안성맞춤 공무원봉사대 초대 회장인 주민생활지원과 이성기 과장의 말이다.
언제부턴가는 자녀들을 데려오는 대원들이 생겼다. 혼자라서 더 자기밖에 모르기 쉬운 자녀세대에게 봉사하는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은 곧 산교육 자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큰아이를 데리고 왔었는데, 처음에는 멀리 떨어져서 쳐다만 보더라구요.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바가지에 물도 떠주고 이제는 나보다 힘없는 사람은 도와줘야 되는 존재로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동생한테도 더 잘해주고.”

이들의 봉사항목에서 빠질 수 없는 하나는 어르신들과 말동무 해주기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오가지만 노인들에게는 외부인과 소통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현대사회는 커뮤니케이션의 시대이며 동시에 커뮤니케이션 부재 혹은 단절의 시대이다.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큰 적은 내가 아닌 남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눈앞의 목표만을 향해 ‘눈을 가린 말처럼 속도만 높여 뛰어가기’란 어쩌면 쉬운 일이다.

그러나 조금만 시간을 갖고 주의를 살펴 내 발 아래를 잠시 내려다보면 알게 된다. 올라올 때 보지 못한 그 아름다운 꽃들이 세상에는 지천으로 피어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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