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예산 몰아준 민간위탁…시장 결재는 수차례, 책임은 실무자에 전가
안성시의회 “지방자치의 근본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 법적·행정적 조치 적극 추진할 것”
[ 경인신문= 박우열 기자] 서안성체육센터의 위탁 운영과 관련한 감사원 감사 결과, 김보라 시장 선거조직 인사들이 장악한 민간단체에 수의계약으로 특혜가 제공된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의 보고서에는 법을 어긴 수의계약, 시의회에 대한 허위 보고, 위탁료 과다 지급 등 중대한 비위가 복합적으로 적발됐지만, 감사원은 정작 시장에게는 ‘주의 조치’만을 권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감사원의 이번 감사는 안성시의회가 2023년 4월 28일 공식 청구한 공익감사로 시작됐다. 본지가 2023년 4월 연속 보도한 의혹 제기를 바탕으로 제기한 이 감사는, 2023년 10월부터 약 30일간 서안성체육센터 위탁 관련 수탁자 선정, 계약 체결, 운영 감독 전반에 대한 법적·행정적 위반 여부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감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경쟁 없이 체결된 위법한 수의계약 ▲시의회에 대한 거짓 보고 및 답변 ▲7억 원 수준의 적정 위탁비가 33억 원으로 부풀려진 예산 과다 지급 ▲공공시설을 사적 이익의 수단으로 방치한 운영 전반의 난맥상이 적나라하게 사실로 드러났다.
특히 서안성체육센터는 김보라 시장이 직접 발기인으로 나서 창립한 ‘안성맞춤스포츠클럽’에 위탁된 것으로, 해당 단체는 김 시장의 선거조직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의혹이 짙다. 공공시설을 특정 정치조직에 헌납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은 시장에게 면죄부를 줬다. 실무자인 공무원 C씨에게만 징계를 요구하고, 김보라 시장에게는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고 주의 조치하라”는 수준에 그쳤다. 직접 서명하고, 계약 조건을 승인하며, 허위 문서를 결재한 최고 책임자는 책임에서 비껴간 것이다.
감사보고서는 명백히 “시장에게 대면 보고 후 승인받은 정황이 뚜렷하다”고 명시했음에도, 시장은 ‘알지 못했다’는 이유로 면책되고 실무자에게만 모든 책임이 돌아가는 현실에 시민사회는 분노하고 있다.
익명의 시의회 관계자는 “이는 행정의 대타 기용이며, 누가 봐도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며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0억 원으로 부풀려진 위탁비 역시 심각한 문제다. 안성시 내부 보고에 따르면 적정 위탁료는 연 7억 원 수준이었음에도, 체육센터는 30억 원의 예산을 수의계약을 통해 수년간 지급받아 왔다. 감사원은 이를 “원가분석 원칙 위배이자 명백한 예산 낭비”라고 못 박았다.
총 326억 원이 투입된 대형 공공 체육시설이 특정 민간단체에 장기 위탁되고, 예산까지 과도하게 지원된 사실은 결코 단순 행정 실수로 치부할 수 없다.
안성시의회는 “이번 감사원 감사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서안성체육센터 관리위탁의 심각한 절차적 위반과 시장의 무책임한 행정처리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특히 행정재산을 위법한 수의계약 방식으로 체결하고, 예산을 허위 보고해 의회를 기만한 것은 지방자치의 근본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책임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함께, 관련 사안의 철저한 법적 책임규명을 촉구한다. 아울러 향후 안성시의회는 추가적인 법적·행정적 조치를 적극 추진할 것이며, 재발 방지와 투명한 행정시스템 구축을 위해 시민들과 함께 철저한 감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익감사는 시민을 위한 제도로, 권력자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형식적 절차가 아니다. 시장이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측근들로 채워진 단체에 수의계약으로 예산을 퍼주고, 시민의 시설을 특정 조직의 활동 무대로 전락시킨 사건은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기본을 무너뜨린 중대한 사안이다.
따라서 진짜 책임자는 누구인지. 보고를 받고, 최종 승인한 사람의 이름이 문서마다 분명히 적혀 있다. 반드시 흑과 백을 가려야 할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