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비 내도 ‘유령회원’, 입회원서 3번, 회비 납부… 그런데 아직도 비회원?
[ 경인신문= 정혜윤 기자] 한국지체장애인협회(중앙회장 황재연)경기도협회 (협회장 김원종)안성시지회의 회원관리 실태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회원등록이 반복적으로 누락되고, 지회장 교체 시마다 기존 회원들이 정리되거나 사라지는 ‘조직적 증발’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어 회원들의 분노가 터지고 있는 이유다.
30일, 본지에 제보한 A씨는 무려 세 차례나 입회원서를 작성하고 회비도 납부했지만 아직도 공식 등록이 되지 않았다는 통보를 받았다.
A씨는 고(故)윤 모 전 지회장 시절 처음 가입한 이후, 지난해 장애인 일자리 면접 당시에도 등록 여부를 확인했지만 비회원으로 분류돼 다시 입회원서를 제출했다. 지난 4월 장애인의 날 행사 이후에도 관계자에게 재차 개인정보를 전달했지만, 결국 최근 통화에서도 “회원명단에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회비는 분명히 납부했지만 영수증은 없고, 지회 측은 “확인 후 연락하겠다”는 말만 남긴 채 지금까지 묵묵부답이다.
B씨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수년간 지회 행사에 참여하고 회원증까지 발급받았던 그는 최근 지회로부터 자신이 비회원이라는 사실을 통보받고 강하게 항의 중이다. “이게 협회냐”며 불만을 쏟아낸 그는, 이 문제를 도협회와 중앙회에 정식으로 제기할 예정이다.
문제의 핵심은 지회장 교체 시마다 벌어지는 회원명부 ‘초기화’ 현상이다. 새로운 지회장이 들어설 때마다 명단이 뒤바뀌고, 과거와 연이 깊은 회원들이 명단에서 누락되거나 삭제되는 일이 반복돼 왔다. 이는 단순한 행정 미흡이 아닌, 특정 인맥 중심의 정치적 회원관리라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협회 내부 관계자는 “회원 관리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지회장의 의지와 행정능력에 따라 등록 여부가 결정된다”며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회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원의 존재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협회의 공공성과 투명성은 무너지고 있다. 회비 납부 기록, 행사 참여 이력 등이 공식 시스템에 남아 있지 않으면, 공공기관과의 협력이나 지원 근거도 약화된다. 협회의 신뢰 기반인 ‘회원’을 방치한 대가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더욱이 안성시지회는 회원들이 지회에 전화할 경우 통화 내용을 녹음하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녹음(?)문화는 회원들이 직접 찾아가 사무실에서 상담을 하더라도 녹음은 예외가 아니다. “자신이 소속된 사무실에 전화를 하는 것조차 감시받는 느낌”이라는 회원들의 불만이 팽배해지는 이유다. 이는 협회가 오히려 회원들을 ‘통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 필요한 건, 책임 회피가 아니라 시스템 혁신이다. 안성시지회의 혼란은 결국 전국 협회의 신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다. 이제는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대책을 제시한다.
도지부와 중앙회를 아우르는 통합 전산관리 시스템 구축, 회비 납부와 행사 참여 기록의 전자화 및 증빙 의무화, 지회장 교체와 무관한 중립적 회원명단 관리 체계 확립, 회원 민원 대응 전담 감사기구 설립 등이다.
‘장애인의 권익 보호’라는 협회의 존재 이유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시스템 개선과 책임자 규명이 시급하다. 변명도, 침묵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회원입니다”라는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평생의 정체성과 자존감이다. 협회가 그 무게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