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화재에도 여전한 안전 불감증… 문화재 소장 사찰 인근에 위치한 '위험 시설'

                                         ▲안성시 보개면 신장리에 위치한 폐식용유 정제공장 2개동이 전소됐다.
                                         ▲안성시 보개면 신장리에 위치한 폐식용유 정제공장 2개동이 전소됐다.

[ 경인신문= 박우열 기자] 20일 새벽 0시 10분경, 안성시 보개면 신장리 소재 폐식용유 정제공장에서 또다시 불이 났다. 이번이 네번째다.  이번 화재는 건물 2개 동을 모두 태우고 약 4시간여 만인 오전 4시 7분께 완전히 진화되었으며,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현장은 큰 불안과 불편을 남겼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0시 20분경 대응 1단계가 발령되며 소방 인력과 장비가 총동원되었고, 1시 10분경 초진과 함께 대응 단계는 해제되었으나, 불길은 한동안 이어져 공포심을 자아냈다.더 큰 문제는 불길이 치솟으며 생긴 분진이 인근 마을 마당과 지붕, 논밭까지 날아들었다.

더구나, 이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해당 업체는 공장 가동 이후 무려 세 차례나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화재가 발생해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이나 구조적 안전 보완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화재 현장에는 아직도 기름투성이다. 
                                             ▲화재 현장에는 아직도 기름투성이다. 

화재 당시 현장 주변은 폐식용유 특유의 자극적인 악취와 간헐적인 폭발음으로 가득했고, 인근 마을 주민들과 사찰 관계자들은 밤새 불안한 마음으로 불길이 잡히기를 기원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특히, 공장 인근에는 문화재가 있는 사찰이 자리잡고 있으며, 화재와 악취, 대형 탱크로리의 진출입으로 인한 교통 혼잡, 심지어는 폐식용유 유출로 인한 환경 오염 등으로 수년간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화재로 마을 입구에 위치한 소류지로 오염물질이 흘러들어 저수지에는 기름이 더 퍼지지 않게 하기 위해 흡착포로 임시 조치를 했지만 이미 저수지는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아 농업용수로 활용되는 저수지의 기능 저하와 농작물 피해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마을 주민들은 “이제는 공포와 분노를 넘어 지속적인 고통을 호소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입을 모았다.

▲공장으로 진입하는 도로가 기름으로 적셔져 있다.   사찰로 가는 길도 같은 도로다. 
▲공장으로 진입하는 도로가 기름으로 적셔져 있다.   사찰로 가는 길도 같은 도로다. 

마을이장 A씨는 "해당 업체는 대형 탱크로리의 진출입과 잦은 폐식용유 유출, 화재, 도로파손 등 민원의 근원이 되고 있다"면서," 주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인근에 있는 영평사 주지스님은 "대형 차량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어 사찰을 찾는 신도들도 많이 줄었다" 면서,"특히 날이 흐리거나 궂은날에는 비릿한 냄새가 온 동네를 휘감고 있어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라며 사찰 입구에 이 같은 시설을 허가 해준 안성시를 원망했다.

이 같은 반복된 사고와 주민 민원에도 불구하고, 해당 업체에 대한 행정 조치나 구조적 개선 요구는 사실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잦은 화재와 환경 위해 요소를 방치한 채 영업을 지속하는 상황은, 단순한 경미한 행정처분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 안전 사각지대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문화재가 있는 사찰 정문 앞에 이 같은 고위험 시설이 입지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다. 신성한 공간이자 많은 시민들의 수행처인 사찰 인근에서 발생하는 악취, 폭발음, 그리고 끊이지 않는 소동은 정서적 피해뿐 아니라 종교 활동의 침해로도 이어지고 있다.

 ▲마을입구에 있는 소류지까지 오염물질이 흘러들어 흡착포로 걷어내고 있다. 
 ▲마을입구에 있는 소류지까지 오염물질이 흘러들어 흡착포로 걷어내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사고 후 수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화재와 민원이 발생하는 이 업체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과 재허가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시설 이전 검토,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주민 공청회 개최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의 갈등을 해소하는 실질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지자체와 관계기관은 이번 화재를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하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고위험 시설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대응과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마을주민 제공
                                                      ▲사진/마을주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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