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시, 죽주산성 화장실 폐쇄에 인근 사찰 '발끈'
[ 경인신문= 박우열 기자] 안성시가 오래전부터 죽주산성 입구에 있던 포세식(거품세정식)화장실 없애려 하자 인근 사찰인 성은사(주지 성오 스님)가 발끈하고 나섰다.
22일 성은사 주지 성오 스님에 따르면 안성시청 문광과에서는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중장비를 동원해 산성 입구에 있는 화장실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해당 화장실은 성곽 내에 있던 성은사(사찰)가 성 밖으로 옮겨 나오던 시기인 지난 1988년 만들어져 현재까지 사용해 온 것으로 약 3~4년 전 안성시에 의해 조금 더 위생적인 시설(포세식)로 새롭게 만들어졌다.
비록 거품으로 오물을 세정시켜 처리하는 포세식 방법의 화장실이지만 수십년간 산성을 찾는 방문객들과 사찰을 찾는 이들에게 고마운 화장실이었다.
하지만 시는 최초로 화장실을 만든 인근 사찰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그것도 휴일에 중장비를 동원해 화장실을 없애려 하고 있어 사찰의 반발과 함께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장에 나온 시 관계자는 "산성 아래 주차장에 화장실이 있으니 오래되고 냄새나는 화장실은 없애야 한다"면서, "민원이 많아 없앨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은사 주지 성오 스님은 "현재 화장실이 있는 곳은 안성시 소유이기는 하지만 1988년 당시 산림청 소유의 토지로, 당시 안성시에 신고를 하고 만들어 수십년간 사용해 왔는데 이제 와서 철거한다니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막아섰다.
그러면서 "전국에 있는 유명한 관광지나 등산로, 하물며 국립공원에도 간이 화장실은 필수적으로 있게 마련"이라며, "안성시에서 두 번씩이나 리모델링 해 만들어 줄 땐 언제고 이제와서 악취민원 때문에 철거한다니 말이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안성시는 지난해 죽주산성 초입에 약 10여 대의 차량을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을 조성하며 화장실까지 신축했다. 하지만 산성에 있는 화장실을 철거한다면 초입에 있는 신축 화장실까지 100여m 이상을 걸어 내려가야 하기에 그 불편함은 불 보듯 훤하다.
그러나 시 관계자는 "초입 주차장에 주차하고 볼일까지 보고 올라오면 문제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위쪽에도 주차장이 있는데 누가 걸어서 올라올 것이며,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은 화장실로 인한 불편을 어떻게 감수하란 말인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이다.
주차장 신설도 마찬가지다. 시는 죽주산성 초입에 주차장을 조성했지만 기존에 사용해 오던 위쪽 주차장 인근에 상당히 넓은 부지가 있음에도 굳이 초입에 조성한 것은 산성을 찾는 방문객에 대한 배려가 없는 주먹구구식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죽주산성은 뉴진스의 ‘ASAP’ 뮤직비디오를 찍은 곳으로 알려지며, 휴일이면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관광객이 몰리고 있지만 간이 화장실마저 없앤다면 그나마 찾던 관광객까지 내치는 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죽주산성은 고려 1236년에 송문주가 몽골군과 15일간 전투를 해서 승리한 곳이며, 뉴진스의 뮤비 촬영지이자, 시·도기념물로 날이 갈수록 많은 방문객들이 찾고 있는 관광지여서 안성 8경에 소개됐지만 그것마저도 안성 8경에서 탈락되는 수모를 겪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