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한 자들끼리의 싸움에 아무 상관도 없는 약한 자가 중간에 끼어 피해를 입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데, 요즘 안성시의회를 보면 이 속담이 아주 제격이다.
최근 안성시의회 의원들의 밥그릇 싸움을 보면 안성시민의 한 사람으로 수치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 시민을 위한 정책 등 중요한 명분을 갖고 당과 당의 줄다리기나 당내의 갈등이라면 그 일 자체가 의회 의원들 역할이므로 긍정적인 시각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파행의 원인이 고작 의장 자리를 갖고 지지고 볶고 한다는 것이 우습기 짝이 없다.
우여곡절 끝에 후반기 원구성이 마무리 되어 겉으로는 봉합이 되는 듯 했지만,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 입은 상처가 아물지 못하면서 일부 의원들이 첫 본회의에 불참하는 등 반쪽짜리 의회로 후반기가 출발하며 시민들에게 볼썽사나운 꼴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 오전 본회의 장은 의장단 선거에서 이동재 의장을 지지했던 5명(이동재, 최현주, 유혜옥, 이옥남, 김지수)의 의원은 출석한 반면, 유지성 의원을 지지했던 4명(유지성, 박재균, 이수영, 신동례)의 의원들이 불참했고, 결국 9명의 재적의원 중 과반수인 5명의 의결정족수를 간신히 채워, 15분이 늦어진 후에야 개회되는 해프닝으로 시민들을 웃겼다.
요즘 웃을 일이 없었는데 참 다행(?)스런 코미디였다.
다행히 다음날인 6일 시작된 상임위원회 활동에는 의원들이 전원 참석하고 있지만 의원들 간의 불화가 하루아침에 잦아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부르는 자치단체 의회 제도의 기본을 망각한 처사다.
시 의회는 시민누구나 의회에 참여할 수 있고 누구나 의원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여기서 뽑힌 사람들이 시민을 대표하는 것이고 시민을 위해 손과 발이 돼야 한다.
의장이나 부의장과 같은 중책의 자리는 의원 자신을 위한 자리가 아니고 시민을 위한 자리여야 한다. 정당한 정책대결과 활동실적을 중심으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선출돼야 지역의 의회가 발전하고 지역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 여기에 사전 담합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담합이란 한심한 시정잡배들이나 하는 짓이다. 시민을 대표하는 자리를 놓고 당의 이권과 개개인의 권력으로 악용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담합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배울 것이 많은 안성시의회는 용케도 우리 국회 정치사의 안 좋은 모습만 잘 배우고 답습하고 있다.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와 생각과 뜻을 받들어 자치단체 정책에, 혹은 국가의 정책에 반영시켜야 하는 것이 풀뿌리 민주주의 제도의 의미다. 자리를 두고 쟁탈전 벌이는 일은 그동안 몸서리치게 봐왔다. 안성시의회는 초심으로 돌아가 자중하길 바라며 부디 시민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안성시에 산적한 현안 해결을 위해 당을 떠나 모든 의원이 마음을 모아도 부족한 때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