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에 걸친 운용계획 변경으로 0업체에 13억 일괄 구매
전문가 "장기 보관해서 좋은 게 없다. 계획 있는 구매 필요" 조언

                                            ▲안성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제설제 야적장을 둘러보고 있다. 
                                            ▲안성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제설제 야적장을 둘러보고 있다. 

[ 경인신문= 박우열 기자] 안성시가 지난 9월 재난관리기금으로 13억여 원에 달하는 제설제를 일괄 구매해 논란이다.

안성시의 제설사업은 그동안 도로시설과의 기존 예산(정기적 예산 수반사업)으로 조달 사이트에 등록된 업체(3곳)를 통해 겨울철 기상 상황에 맞게 제설제를 적절하게 구매 사용해 왔다.

하지만 시는 갑자기 지난 9월 재난관리기금의 2회에 걸친 운용계획 변경 후, 모 업체를 통해 13억여 원 상당의 제설제를 일괄 구매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일괄 구매를 두고 뒷배경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철저한 검증을 거쳐 조달 사이트에 등록된 업체를 통해 구입해야 한다면 굳이 한 업체를 통해 몰아서 한 번에 구입할 것이 아니라 년간 소비 예상량에 맞춰 기상 상황에 따라 여러 업체를 통한 분산 구매를 한다면 질 좋은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도로시설과의 소관인 제설제 구입예산이 올해는 0원이다. 앞으로는 재난관리기금으로 구매하기 위해서라는데 재난관리기금 사용 명분이 불분명하다. 물론 긴급상황에서는 일부 사용이 가능하겠지만 매년 정기적 예산 수반 사업을 없애고 재난관리기금으로 제설제를 구입한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충분하다.

                                  ▲사용하다 남은 제설제가 돌덩이 같이 굳어있다. 
                                  ▲사용하다 남은 제설제가 돌덩이 같이 굳어있다. 

겨울철 눈이 내리는 것은 매년 발생하는 당연한 자연 현상이다. 즉 긴급상황이 아니기에 재난관리기금으로 제설 용품을 매년 구입한다는 것은 조례에도 어긋난 일이다. 안성시 재난관리기금운용조례 5-다.에 따르면 '긴급 제설용 자재구입 및 장비의 임차·구입 등'에 사용할 수 있다고는 하나 9월에 구입한 제설제는 긴급사항 아니다.

어느 업체에서 구매하던 정확한 성분 함량으로 제조하기 때문에 성분에는 문제가 될 게 없다. 다만 유래가 없는 일괄 구매 배경과 장기 보관이 어려운 제품 특성을 알면서도 많은 양을 구매한 점에 대해 명확한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13일 안성시의회 안정열 의장을 비롯한 의원들은 송동리 제설제 보관창고를 현장 방문했다. 제설제 보관 상태를 점검해 지난번 같은 제설 대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문이다.

현장은 예상했던 대로 열악한 환경이었다. 파렛트를 깔기는 했지만 습기에 취약한 제설제가 적치되어 있었으며, 일부 제설제는 딱딱하게 굳어 있어 제설 차량을 이용한 제설작업이 가능할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금광면 야적장에 쌓여있는 제설제
                                                            ▲금광면 야적장에 쌓여있는 제설제

그런데도 안성시는 9월에 2회에 걸쳐 구매해 노상에 적재해 놨으니 습기에 취약한 제설제가 지난번 폭설에 제구실을 했을지가 의문이다. 따라서 지난해와 같이 필요한 상황에 맞춰 필요한 양을 분산 구매하는 게 안정적인 방법이라는 지적이다.

시의회 안정열 의장은 "매년 구매했던 대로 예산을 세워 적기에 구매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텐데 왜 기금을 이용해 일괄 구매했는지 설명이 필요할 것"이라며 행정의 안일함을 질타했다.

또 최호섭 운영위원장을 비롯한 의원들은 "제설제 특성상 보관에도 문제가 있지만 많은 양의 제품을 일괄 구매한 것은 뭔가 문제가 있을 것 같다" 면서," 기금사용이 아닌 정상적인 예산을 확보해 적기에 적당량을 구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시 관계자는 "문제가 됐던 제품 중 남은 900여 톤은 교환처리 할 것"이라며, "앞으로 예산을 세워 정당량을 적기에 구매하도록 하겠다" 고 답했다.

따라서 시는 일괄구매가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재난안전기금으로 구매한 것이 적절했는지, 일괄 구매의 뒷배경은 무엇인지, 제설 대란의 원인은 무엇인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한편, 재난관리기금은 재난안전법에 따라 재난 예방부터 복구까지 모든 활동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매년 일정액을 적립하는 법정 기금이다.

                              ▲금광면 야적장  보관창고 증설이 시급하다. 
                              ▲금광면 야적장  보관창고 증설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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