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빈부터 챙긴다며 장애인 홀대, 음식도 부족…장애인 ‘분통’
[ 경인신문= 박우열 기자] 제44회 장애인의날 기념식이 지난 30일 안성맞춤랜드 상설공연장에서 개최됐다.
이날 기념식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개최된 장애인의날 행사 취지와 달리 장애인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 벌어져 장애인들은 물론 그 가족들까지 분통을 삭히는 하루가 됐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게 시작됐다. 1부 기념식이 끝나고 점심 식사를 위해 기념식장 밖에 마련된 배식 자리로 옮긴 장애인과 가족들은 식사 대열에 합류 배식순서를 기다렸지만, 배식 담당자들에게 제지당했다.
이유는 내빈들에게 먼저 식사 준비를 해줘야 하기에 기다리라는 것이 이유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장애인과 가족들은 "장애인의날에 행사를 마치고 시간 맞춰 식사하러 왔는데 내빈들 먼저 챙겨 준다고 기다리란 말이 무슨 말이냐?"며 여기저기서 원성이 터져 나왔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시상식이 끝나고 뒤늦게 식사 자리를 찾은 장애인들과 보호자들은 또 한 번 말을 잇지 못했다. 밥이 없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배식관계자들은 음식이 모자란다며 기존 갈비탕 국물에 물을 붓고 양을 늘리는 광경을 보호자들이 목격해 항의하는 사태까지 일었다.
결국 일부 장애인들과 단체에서는 아예 굶거나 외부로 나가 밥을 사먹고 들어오는 등의 소동이 일었다.
이를 두고 장애인 부모 A씨는 "장애인의날 기념식에서 장애인은 뒷전이 됐다"면서 "내빈 챙긴다고 장애인을 홀대하는 상황도 이해할 수 없지만 음식이 모자라 맹물을 붓고 양을 늘리는가 하면 밥도 모자라 굶거나 밖에 나가 사먹어야 하는 현실이 너무 화가난다"며 분노를 삭히지 못했다.
음식을 제공했던 업체는 "1천 명분을 주문받았고 넉넉하게 1,200명분을 준비했다"면서,"국물이 모자라 물을 탔다는 소식은 들었다. 죄송하게 됐다. 모자란 밥은 배식 과정에서 봉사자들이 많이 퍼준 것으로 안다. 긴급하게 밥을 준비해 제공했지만 죄송하게 됐다."며 사과의 말을 전했다.
앞서 오전 기념식에서 김보라 시장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장애인들이 차별받거나 소외되서는 안 되며,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안성시도 더 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제44회 장애인의날 기념식을 주관한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 안성시지회(지회장 김학노)는 경품에 당첨된 장애인들에게 20%에 해당하는 제세공과금[諸稅公課金]을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다.
경품 당첨자 B씨는 "지금까지 장애인 관련 행사에 참여하며 지켜보건데 단 한 번도 제세공과금 납부 요구를 받은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며 의아해 했다. 하지만 협회 관계자는 "상품과 관련 세무서에 의뢰해 제세공과금을 부과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매년 장애인의날 행사에는 3천만 원의 예산이 지원되며, 관내 장애인단체에서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며 주관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한국장애인정보화협회에서 개최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