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체궁중패션쇼’개최...조선시대 왕실법복 재현 관객 갈채
[경인신문= 이광일 기자] “식지 않은 열정이 막을 내리는 그날까지 가체머리연구가로서 외롭 다 할지라도 가보려 합니다”이승미 이사장의 자조 섞인 목소리다.
“마마 왕림하소서” 지난 23일 오후 2시 인천하버파트호텔 14층 스카이베이홀에서 (사)한국전통문화연구진흥원(이사장 이승미)이 주최하는 ‘한국가체궁중패션쇼’가 열렸다. 1시간 행사를 위해 이승미 이사장은 수개월 동안 홀로 자신의 모든 혼을 바친 행사이다.
이날 행사는 1·2부로 진행됐다. 1부는“도포입고 갓 쓰고 과거시험 보러 인천시청으로 가보세”라는 주제로 ‘선비들의 행렬’과 시니어모델쇼가 코미디언 김정수씨의 사회로 재현됐다.
광종이 고려 제4대 왕으로 왕위에 오른 지 7년째 되는 해에 중국 후주의 사신을 따라온 사람 중에 쌍기라는 학자를 궁으로 불러 중국 후주에서 실행하고 있는 여러 개혁 정책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됐다.
쌍기는 광종에게 “지금까지는 호족들이 관리를 뽑아 좋은 인재(人材)를 찾을 수 없지 않았습니까?”, 시험을 쳐서 뽑는다면 나라 안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인재를 찾을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거 참 좋은 생각이오!” 광종은 칭찬을 하게 된다. 그리고 958년에 우리 나라 최초의 과거시험이 치러지게 됐으며, 시험을 통과하면 관리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었다.
또한 광종은 노비안검법을 만들어 고려군의 포로가 되어 노비가 된 경우, 지방 호족에게 세금을 내지 못해 노비가 된 경우, 억울하게 노비로 살아온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줄 수 있도록 하고 나라의 기틀을 단단히 다져 국민을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했다.
광종과 경종의 개혁 정치로 과거 시험을 통해 새로운 인재를 뽑아 왕을 보좌토록 하였으며, 나라를 태평성대를 만들었던 주역들이 오늘 출연하는 선비들이라 할 수 있다.
성종때는 학문과 덕망이 뛰어난 최승로를 불러 나라를 올바르게 다스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글을 적어 올리도록 한 후 개혁안을 만들어 실시한 것이 ‘시무28조’였다.
이렇게 이어온 과거시험제도는 조선시대까지 이어져 내려오게 되었기에 그 배경을 담아 백성들의 도덕적 모범으로 기능했던 선비정신의 예(禮)와 의(義)를 지키려 했던 조선의 대표적인 얼을 담아 표현하려 했다.
2부는 이날의 메인 행사로 “나는 조선의 국모다”라는 주제로 시니어모델 박하숙·김은미씨가 왕비와 왕세자빈을 비롯해, 왕대비나 대왕대비와 같은, 왕실 적통의 여성 배우자들이 착용하는 법복(法服)인 대홍적의를 입고 재현했다.
특히 궁중의 큰 잔치나 경사로울 때 내명부여인들이 가체를 세가닥으로 땋아 틀어 올리고 그 위에 오동나무로 만든 목제를 올린 거두미의 화려함에 많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또한, 김은미·정순천·송미옥씨가 재현한 ‘홍원삼’도 눈길을 끌었다. 조선 시대 왕비 또는 세자비가 입었던 대례복이다. 겉은 홍색 비단이나 사(紗)로 햇고 남색단을 두른 미색 안을 넣어 겨드랑이가 트이도록 만들어 앞자락이 뒷자락보다 짧다. 소매끝에 황색, 남색의 색동과 한삼(汗衫)을 달았다. 가슴과 등 및 양쪽 어깨에는 사조룡보(四爪龍補)를 달았으며 남색의 대대(大帶)를 띠었다. 큰머리 거두미를 하고 선봉잠과 떨잠을 장식했다.
유건숙 씨의 ‘황원삼’이 재현됐다. 조선 시대 말기 황후가 입던 대례복. 황색 바탕에 다홍색 안을 넣고 안단 둘레에 남색단을 둘렀다. 뒷자락이 앞자락보다 길고 앞길과 뒷길의 옆선은 겨드랑이에서부터 트여 있다.
소매 끝에 홍색, 남색의 색동과 한삼(汗衫)을 달고 가슴과 등 및 양쪽 어깨에 오조룡포(五爪龍補)를 달았다. 깃 안쪽을 곡선으로 파서 속에 있는 동정이 보이도록 하고 대대(大帶)를 앞에서 뒤로 돌려 매었다. 원삼을 입을 때는 용을 금직(金織)한 남색과 홍색의 대란치마, 전형 웃치마를 입고 노랑색 삼회장 저고리를 입었다. 머리는 어유미를 하고 선봉잠과 떨잠으로 장식했다
이어, 김선혜 씨의 ‘녹원삼’은 조선 시대 왕비복으로 착용했으나 공주・옹주・궁녀나 사대부 부녀자들이 예복으로 일반 민가에서도 신부의 혼례복으로 사용하면서 문양에 차이를 두었다. 초록색의 사(紗)나 비단으로 만들고 소매에 홍색과 황색의 색동끝에 홑겹의 한삼(汗衫)을 달았다. 머리에는 떨잠장식했다
뒤이어 이현미·정채옥 씨의 ‘왕비 당의’는 조선 시대 여성 예복(禮服) 또는 소례복(小禮服)으로 평복 위에 입었으며 궁중에서 평상복으로 입었던 당의를 선보였다. 머리에는 첩지를 얹었다. 이렇듯 조선시대의 혼을 담아 재현한 이승미 이사장의 손끝에 관객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승미 이사장은 29일 이날 행사에 대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다시한번 “전통문화는 그 나라의 혼을 말하는 것이다”면서 “그 혼을 담아내는 일은 역사의 흔적인 기록 등 민족의 혼을 불러오는 어려운 작업으로 개개인이 판단할 수 없는 일로 수많은 고증을 거쳐야만 이야기할 수 있는 일로 정말 외로운 길이다”며 고충을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