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신문 김혜미기자]
힘과 기술에서 밀리지 않는다.

한국의 프로야구단이 오키나와와 미야자키에서 일제히 연습경기에 돌입했다. 거의 매일 연습경기를 가지며 실전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주전과 백업을 선별하기 때문에 경쟁이 붙는 선수들은 눈도장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흥미로운 것은 한국팀들과 일본팀들의 경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예전만해도 일본팀들은 겨우 한 두 경기 해주는 시늉만 했다. 그것도 사실상 2군들을 내보냈다. 그러나 올해부터 달라졌다. 1군들이 모두 나와 한국을 상대한다. 그런데 1군들이 나와도 고전을 면치 못한다.

오키나와쪽에서는 삼성이 야쿠르트를 상대로 노히트노런 경기를 펼쳐 수모를 안겨주었다. 그리고 한화와 SK도 각각 일본팀들을 꺾고 있다. KIA와 두산은 비록 졌지만 소프트뱅크와 시소게임을 펼쳤다. 지난 22일 현재 5할 이상의 승률을 보이고 있다. SK와 삼성이 각각 2승을 따냈고 한화는 1승을 올렸다. 반면 LG는 2연패했고 두산과 KIA도 1패했다.

어차피 선수들을 경기를 통해 테스트하기 때문에 승부 결과는 집착하지 않는다. 그러나 경기력의 내용이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적어도 투수력과 타자들의 능력을 비춰볼 때 일본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고 있다. 일본선수들이 당황할 정도이다.

오히려 투수들의 스피드와 타자들의 파워는 일본에 비해 우위를 보인다. 일본투수들은 볼끝과 제구력을 중시해 스타일이 다르긴 하지만 일본타자들의 방망이가 밀리고 있다. 제구력이나 볼끝, 변화구의 구사능력도 좋아졌다. 타자들 역시 제구력을 갖춘 일본 투수들을 상대로 자신있는 스윙을 하고 있다. 다만 수비, 주루에서 미세한 플레이 등은 아직 일본팀들이 우위를 보이는 대목이다.

이같이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이유는 무엇보다 스프링캠프의 훈련량이 일본선수들을 압도한다. SK, 두산, KIA의 훈련량은 정평이 나 있다. 김성근 감독, 조범현 감독, 김경문 감독 등은 강도높은 훈련량으로 조련해왔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쉼없이 훈련을 펼친다. KIA 타자들은 하루 1000개 씩의 배팅을 하고 있다. 때문에 최근 수년동안 투수와 타자들의 힘과 기술이 급성장했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일본프로야구의 간판타자였던 기요하라는 이번달 중순께 KIA 휴가 스프링캠프지를 방문해 조범현 감독을 만나 한국야구에 경의를 표했다. 그는 "한국팀의 훈련량에 큰 인상을 받았다"며 "일본은 외국인 감독들이 많이 활동하며 훈련량이 적어졌다. 이제야 한국팀들 처럼 훈련량을 늘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최근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며 일본팀들의 보는 눈도 달라졌다. 베이징올림픽, WBC 대회, 아시아시리즈 등에서 일본은 한국대표팀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동안 전체적인 수준이나 시스템, 하드웨어는 일본이 앞서 있어 한 수 아래로 보았는데 이제 달라진 것이다.

조범현 감독은 "한국야구가 열악한 수준에서도 일본팀과 대등하게 경기를 펼치고 있는 것만 해도 대단한다"고 말했다. 김경문 감독도 "이제 일본 팀에 밀리지 않는다. 우리 선수들의 능력이 많이 나아졌다.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 양현종, 김현수 등은 일본에서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전해주었다.

<사진>지난 18일 KIA와 미야자키 아이비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소프트뱅크의 경기/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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