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따라 변칙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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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신문 송정민기자] 명장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의 박지성 활용법이 모두의 예상을 깨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박지성 쓰임새가 상황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박지성은 2009~2010시즌 들어 원래 자리인 좌우 측면 미드필더는 물론이고 오른쪽 풀백 수비수에 이어 17일(이하 한국시각) AC밀란과의 유럽챔피언스리그 원정 1차전에선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박지성이 지난해 12월 볼프스부르크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에서 오른쪽 풀백 수비수로 뛴 것은 맨유 입단 이후 처음이었다. 또 AC밀란전에서 원톱 루니와 미드필더 스콜스 사이의 공격형 미드필드로 나선 것도 맨유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퍼거슨 감독의 이런 박지성 변칙 활용은 모두 성공적으로 끝났다. 맨유는 볼프스부르크를 3대1로, AC밀란을 3대2로 제압했다.  이 두 경기를 놓고 봤을 때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아주 절묘하게 활용한 걸 알 수 있다. '멀티플레이어' 박지성이 다양한 포지션을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다는 걸 십분 이용했다.  볼프스부르크전 당시 맨유는 비디치, 퍼디난드, 오셔 등 주전 수비수 대부분이 부상한 상황이었다. AC밀란전에선 상대 미드필더의 핵 피를로(이탈리아 국가대표)의 발목을 묶어야 승산이 있었다.  박지성은 이번 시즌 중후반으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프리미어리그 9경기(1골), 칼링컵 1경기, 유럽챔피언스리그 4경기 등 총 14경기에 출전했다. 시즌 초반 오른무릎 부상으로 6주 가량 결장, 경기 출전 횟수가 많지 않았다. 그러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제 박지성이 맨유에서 뛸 자리가 없어 시즌이 끝나면 이적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하지만 박지성은 지난달 아스널전에서 40여m를 단독 드리블 돌파 후 시즌 마수걸이골을 터트리며 건재를 과시했다. 퍼거슨 감독이 아스널을 맞아 박지성이 과거 아스널전에서 강한 면을 보인 점과 수비 후 역습 작전에 능한 점을 이용했다.  이후 프리미어리그 포츠머스전과 애스턴빌라전에서는 또 연달아 벤치를 지켰다. 퍼거슨 감독은 대신 노장 긱스, 최근 경기력이 좋은 나니 등을 활용했다. 그리고 다시 강팀 AC밀란 원정에서 박지성 카드를 뽑았다.  전문가들은 맨유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모인 클럽에선 루니같은 골잡이를 빼고는 '로테이션(순환)' 기용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특히 활동량이 많은 미드필더의 경우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영국 언론은 박지성의 이름 앞에 '소리없는 영웅(Unsung hero)'라는 수식어를 종종 붙인다. 박지성은 골결정력이 약하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또 플레이 스타일도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과는 차별화돼 성실하며 많이 뛰고 멀티 기능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정효웅 MBCESPN 해설위원은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버리지 않고 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게 AC밀란전을 통해 재확인됐다"면서 "앞으로 박지성이 어떻게 변칙적으로 활용될 지는 퍼거슨 감독만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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