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ㆍ탁구 등 꾸준한 지원
밴쿠버 빙속 500m 金독식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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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신문 박경국기자]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비인기 종목 육성론’이 밴쿠버에서 열매를 맺었다. 삼성그룹은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스피드스케이팅 등 그간 외면받아온 종목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은 축구, 야구 등 인기 스포츠의 그늘에 가려 있던 다양한 종목에 관심을 갖고 유망주들을 키워왔다. 그는 1978년 제일모직 여자탁구단 창단 당시 “10년 안에 중공을 꺾으려면 지금부터 자질있는 어린 우수 선수를 찾아 10년은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꿈나무들을 직접 발굴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탁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양영자 선수. 이 회장은 재정적 지원뿐 아니라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을 바탕으로 한 기술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양 선수의 1983년 도쿄 세계선수권대회 경기 모습을 직접 지켜본 이 전 회장은 “세계 정상이 되기 위해선 유럽의 힘과 중공의 속공을 통합한 제5의 전형이 필요하겠다”며 세이크핸드와 팬홀더를 합한 라켓을 제시키도 했다. 신무기를 장착한 양 선수는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었다.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남ㆍ녀 500m 금메달을 독식하는 등 우리나라가 빙상 강국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이 같은 이 전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이뤄진 삼성의 꾸준한 지원이 한몫 한 것으로 체육계는 분석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박성인 밴쿠버 동계올림픽 한국선수단장이 지난 1997년 빙상경기연맹 회장에 취임한 뒤 14년째 빙상연맹을 지원하고 있다.
 
박 단장은 1978년 제일모직 탁구단 창단시 총감독을 맡은 이래, 탁구협회와 레슬링협회 부회장,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상임위원 등을 거쳐 지금도 대한체육회 이사를 맡고 있는 등 평생 이 분야에서 일해왔다.
 
삼성 측이 14년간 빙상연맹에 지원한 금액은 1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통해 해외 전지훈련 및 우수한 해외 코치 영입이 가능해져 경기력 향상의 큰 보탬이 됐다. 삼성의 지원에 힘입어 배드민턴, 레슬링, 승마, 마라톤 등 비인기 종목에서도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정상권에 근접한 실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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