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신문 천홍석기자] 김제동을 만난 곳은 방배동 서래마을의 프랑스 식당이었다. 퐁듀와 달팽이 요리가 주 메뉴에 샹송이 흘러나오는 이 곳에서 식당 주인은 김제동이 들어서자 자연스럽게 막걸리에 청양고추와 강된장, 해물 라면과 홍합탕을 안주로 가져왔다. 메뉴판에 없는 품목이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점이 어딘지 압니까? 사장이랑 알고 지내는 식당이죠. 내가 진짜로 원하는 메뉴를 알아서 만들어 주거든요."
지난 주 김제동은 청계산 입구에서 얻어온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 비지를 이 식당 주방장과 가장 먼저 나눠 먹었다. 식당에서 키우는 개 산책도 일주일에 두 세 차례 김제동이 한다. 청양고추에 된장을 듬뿍 찍어 막걸리 세 병을 한자리에서 마신 뒤에야 세 시간 만에 김제동과의 인터뷰가 대략 마무리됐다. 막걸리와 강된장처럼 그는 솔직 담백하며 마음에서 정(情)이 듬뿍 묻어나는 사람이었다.
▶최신형 휴대폰의 첨단기능은 무서워
-제동 오빠, 동부 이촌동 살지 않았어요? 만나는 장소가 방배동 프랑스촌으로 불리는 서래마을이라 놀랐어요. 안 어울리는데.
"동부 이촌동 집은 전세주고 나왔어. 아파트에서 쥐가 세 마리 나와서 너무 무서워서. 그래도 새 세입자한테 '쥐 구멍을 다 막긴했다'고 솔직히 얘기 다 했다."
-저도 미국 유학시절에 집에서 쥐가 많이 나와서 어찌나 혼자 살면서 무섭고 서럽던지. 남자도 없어서 잡아줄 사람도 없더라니까요. 참, 휴대폰은 왜 불통이에요?
"고장났지 뭐야. 새 휴대폰으로 바꾸기가 싫고, 기존 구형 전화에 너무 정이 많이 들었어. 어떻게든 계속 쓰려고 수소문 해봤는데, 기종이 단종됐다고 하더라고. 난 햅틱이나 터치폰처럼 만지면 혼자 부르르 떨리는 감촉 자체가 소름끼치고 무서워."
-토크 콘서트하는 두달 여동안 술을 끊었다면서요? 33회 전회 매진에 인기가 워낙 좋아서 소문이 저한테까지 들렸어요.
"줄였지. 회당 관객이 160명 밖에 안되서 술 먹으면 객석까지 냄새가 바로 나.(웃음)" (인터뷰 도중 키가 1미터 남짓되는 그레이트 피레니즈 종 개 한마리가 2층 자리로 달려와 김제동 곁에 얌전히 앉았다.)"
-강아지 이름이 장군이죠? 생후 8개월인데 정말 크다, 오빠보다 훨씬 크잖아요.
"이 놈과 일화가 많아. 서래마을에 처음 이사왔을 때, 새벽 2~3시만 되면 이 개가 짖는거야. 몰상식한 개에 파렴치한 주인이라 생각하고 잠을 설치며 엄청 욕했지. 어느날 이 곳 식당을 우연히 들렀는데, 너무 예쁜 개 한마리가 있는거야.
알고보니 새벽에 짖는 게 이놈이더라고. 주인과 인사하고 허락얻어 산책도 종종 시키고, 그 뒤로는 새벽 3시건 4시건 이 놈이 울지 않으면 '혹시 주인이 때리는 것은 아닌가' '어디 아픈가' 걱정까지 돼. 생후 두달 지났을 때부터 키워왔으니까. '알면 사랑하게 된다'더니 이 놈과도 그렇게 된거지."
▶"건방지고 자만했다"
-여러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며 논란에도 휩싸였는데 힘들지 않았어요?
"하차에 대해 대중들의 여러 의견이 있는 걸 알아. 하지만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아. '넘어진 김에 꽃보고 간다'는 말도 있잖아. 관객들과 직접 소통할 기회도 대신 얻었고."
-이런 기회를 통해 주변의 사랑과 고마움을 더 느끼게 되잖아요.
"지금도 온몸의 털이 쭈뼛 설 정도로 그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감사하지. 티켓을 사줬다는 아주 상업적인 고마움을 배제할 순 없지만, 나를 위해 오롯이 하루 몇시간 소중한 시간을 내준 관객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더라. 객석 관객들께 술도 한잔 드리고 싶었는데,공연법 위반이라고 하더라고. 그건 못했지."
-8년동안 방송생활하며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어요?
"꼭 구분하기 보다, 방송이란 술자리 같아. 먹는 자리는 즐겁고 좋지만, 뒤끝이 안 좋은 날도 있고 씁쓸하고 머리가 아픈 날도 있고 숙취 해소를 해야되는 다음날이 걱정되고 두려워 지는 경우도 있지. 방송 일도 비슷하잖아. 녹화 후에 시청자들의 반응이 걱정스럽기도 기대되기도 하니까. (방송하다) 내멋에 일찍 취해버린 때도 있는 것 같고, 정신놓고 필름이 끊긴 때도 있었고."
-후회가 있어요?
"주변 돌아볼 시간이 부족했어. 건방지고 자만했던 적도 있고 상처줬던 사람도 있는 것 같고. 남들에게 준만큼 똑같이 받게되지.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어찌보면 내가 변했던 것 같기도 해. 위치가 올라갈수록 행동은 더 낮아져야하는데 그렇지 못했어."
-오빠를 처음 봤을 때가 '윤도현의 러브레터'였는데, 열정이 대단했죠. 지금도 생각이 깊고 매사에 겸손하시잖아요.
"아냐, 내가 가장 대중들한테 미안한 점 중 하나는 내가 그렇게 완벽하고 착한 사람이 아니라는 거야. 어떤 사람은 '김제동은 법 없이도 산다' '심성이 착하고 선량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아니거든. 내 자신이 창피할 때가 많아."
▶결혼? 무서운 시어머니에 시누이가 다섯
-제동 오빠 만난다고 트위터에 올렸더니, 사람들이 결혼 계획을 가장 궁금해해요. 송윤아 언니도 결혼했고, 이제 어떻게 하실 거에요?
"(머쓱한 표정으로 급하게 막걸리를 한사발 목으로 넘기며) 형수님 얘기는 또 나오게 하지 말자. 결혼은 내 계획만으로 되지 않더라고. 무서운 시어머니에 시누이만 5명, 조카가 9명이야. 큰 누나의 딸이 이번에 아들을 낳아서 오자마자 내 마누라 될 사람은 엉겹결에 할머니로 불리는 거지. 누가 이 상황에 오려고 하겠냐?"
-왜요. 오빠 정도면 좋은 사람이죠. 시어머니 모시고 산다는 것만 초반에 강조하지 마세요.(웃음)
"우리 어머니가 니들이랑은 안 산다, 따로 산다, 폐 안 끼치겠다고 하시지만, 속마음은 안 그러실지도 몰라. 그게 도리라고 생각하고."
-근데 만약 어떤 여자분과 깊은 사랑에 빠졌는데, 어머니 모시는 문제로 대립한다면요.
"우선은, 서로 의견을 존중해서 합의점을 얘기해 볼거고. 근데 아마도 그 전에 서로를 잘 알아가는 과정에서 그런 분과는 사랑에 빠지지 않았을 것 같아. 내가 나 자신을 잘 아니까, 상대도 알아봤겠지."
-휴가철 데리고 가고싶은 남자 1위, 여자를 품절시키는 남자 연예인 1위에 꼽혔잖아요.
"정확히 말하면 휴가철 함께 여행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뒷 자리에서 수다떨게 시키고 또는 운전 맡길 남자 1위 아닌가. 함께 품절돼서 인생을 함께하는 남자가 아니라 여성을 딴 남자에게 품절시키고 외롭게 남는 남자 1위고.(웃음)"
-그래도 결혼의 이상형이 있잖아요. 여자 어디를 제일 먼저 보세요?
"(우물쭈물하다) 솔직히 말하면 다 봐. 노총각들 다 까다롭지. 외모, 생각, 눈, 몸매 보고, 자라온 환경도 보고. 그래서 고르는 게 쉽지 않을지도 몰라. 늘씬한 H라인 스커트가 어울리는 여 선생님같은 단아한 이미지 여성을 좋아하는 편이야. 좋은 남편과 아빠가 되는 게 우선인데, 나는 아버지가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항상 '좋은 아빠가 되고싶다'는 게 꿈이었지."
-'환상의 짝꿍'에서 출연 아이들한테 '아빠라고 불러봐' 자주 요구한다면서요. 애들이 기겁한다고 얘기 들었어요.
"도망가더라. '우리 아빠 저기있는데요, 대체 왜 그래요. 아저씨!'하면서. 아버지라는 호칭은 지금도 나에게 어렵고, 묘한 감상에 빠지게 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는 감정은 어떤 느낌일까 모르겠어."
☆김제동 프로필
생년월일: 1974년 2월 3일
출생지: 경북 영천
가족관계: 1남5녀 막내
신체조건: 173cm, 65kg
학력: 성광중-달성고-계명문화대학 관광과-성공회대학 신문방송학과(재학중)
데뷔: 2002년 KBS 2TV '윤도현의 러브레터'
주요 프로그램: KBS '윤도현의 러브레터'(02~05) SBS '야심만만 만명에게 물었습니다'(03) KBS '해피선데이-지금 만나러 갑니다'(05) MBC '느낌표-산넘고 물건너'(06~07)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07~08) MBC '김제동의 황금나침반'(09) KBS '스타 골든벨(04~09) MBC '환상의 짝꿍'(06~)
수상 경력: SBS 연기대상 TV MC부문 특별상(03) MBC 방송연예대상 신인상(03) 제40회 백상예술대상 남자TV 예능상(04) KBS 연예대상 우수상-쇼 오락 MC부문(05) MBC 방송연예대상 최우수상(05) KBS 연예대상 대상(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