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삼 ‘쌍지골’사람…안성의 포근함 품에 안기다
안성에서도 깊숙이 들어가는 고삼면 쌍지골 사람인 그는 항상 마음속에 품어왔던 문학의 꿈을, 안성을 배경으로 그리고 그가 살아온 세월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어쩌면 딱딱하게만 느껴지는 회계사라는 그의 직업에 반해 수필, 산문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그 한켠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자리해, 어느새 용기있는 행동으로 그런 편견을 깨트렸다.
1인 3역을 소화해내며 바쁜 시간을 쪼개어 틈틈이 글을 쓴지 1년 반 만에 탈고한 ‘차 한 잔 생각 한 뜸’은 제목에서부터 예사롭지 않는 시적 의미를 연상케하며, 고삼호수를 배경으로 한 고즈넉한 책 표지는 안성을, 고삼면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배경으로 실려있다.
안성을 예찬하는 글과 바로 우리 옆에, 이웃에 있는 것들을 소재로 해 단숨에 읽혀 내려가는 산문집은 우리주변에서 일어났던, 혹은 일어날 수 있는 일들과 환경문제 등을 문학적으로, 매끄럽게,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1막 자연과 인간의 교응에서는 <백로 너머 걸려 있는 시간>을 통해 창공을 수려하게 비상하며 고고하게 가르는 우아한 백로에 흠뻑 빠져 있던 그의 백로사랑을 표현했고, <마둔호수가 나를 허락한 것일까>는 금광호수 고삼호수와 함께 안성 3대호수로 일컬어지는 마둔호수의 기세 당당함과 고향같은 아늑함 속에 스며들고 싶은 속내를 들어냈다.
<차 한 잔 생각 한 뜸>에서는 차를 통해 인간에게 내재해 있는 탐욕과 욕정이라는 독성을 용해 시켜 자연과 더불어 사는 그의 일상을 말해주는 듯하다.
<꿀벌 실종 사건>을 통해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멸종된다는 운수암 스님의 우려는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생각케하는 대목이었다.
2막 나눔의 경세제민에서는 저자가 자원봉사 차 지역아동센터 독서지도 교사시절, 환경이 열악한 아이들을 만나면서 ‘꿈퍼나눔마을’의 철학적 토대가 마련되기 시작한다.
<적은 것이 오히려 많다>라는 자발적 가난의 풍요로움의 역발상은 저자의 인생관을 180도 바꾸어 놓았다.
오늘날 대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데 서민들의 돈줄인 전통시장, 도심의 골목시장, 중소기업의 해체 현상은 가속화 되고 있다.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나눔은 정의로운 경제체제를 튼실하게 이루는 일로부터 시작한다는 저자의 생각이 2막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저자는 돈이 인간과 세상의 마음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길 바라면서 ‘돈의 서사시’를 기술해 간다.
3막 문화의 시간을 찾아서는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는 민주사회에 살고 있기는 하나, 세상의 승자(위너)나 주류가 느끼고 즐기는 문화를 마이너리티나 사회적 약자가 함께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 현실임을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저자는 이 대목을 문화의 시간대로 시선을 확장해 들어간다. 마이너리티나 사회적 약자에게 문화생활은 전통시대나 오늘날이나 제약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또한 나눔의 경제 못지않게 나눔의 문화생활을 전통과 현대를 오가며 사회적 이슈로 끌어내고 있다. 그것은 단지 관념적인 기술이 아니라 저자의 문화적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어 내용이 쉽고 흥미롭게 읽힌다.
고삼면의 ‘쌍지골’에서 저자가 바라본 고즈넉하고 품이 넓은 ‘고삼호수’ 처럼 저자의 문장은 조심스럽지만 포근하고, 차 한 잔의 여유 속에서 잠시 생각에 잠길 수 있는 품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정재흠의 첫 산문집, ‘차 한 잔 생각 한 뜸’은 독자들에게 따뜻한 시골선생님의 이야기처럼 접해볼 수 있을 것이다.
1961년 함평에서 태어나 광주와 서울 도봉산 기슭에서 초·중·고 시절을 보낸 정재흠은 성균관대 회계학과, 성균관대 대학원 경영학과, 성균관대 대학원 국문학과에서 경영학과 문학을 수학했다.
안성에 내려온 지 5년 그동안 만포장학재단을 만들고 ‘꿈퍼나눔마을(www.ggumpur.org)' 촌장으로 또 지역아동센터 교사로 환경이 어려운 청소년 친구들의 꿈과 희망을 키우는 일에 몰두하고 있는 그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장학사업과 멘토링 일도 돕고 있다.
저자에게 있어 산문집 출간의 큰 동기는 ‘꿈퍼나눔마을’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기금을 마련해 아이들에게 조그마한 힘이 돼주고 싶다”는 저자는 글을 써 내려가며, 고통속에 또는 행복하게 그렇게 한 권의 산문집을 엮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