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지원재단 사무국장 안상정
아무리 각종 경제지표나 복지지표가 높다 해도 국민들이 행복을 체감하지 않으면 별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요즘 세계 각국이 큰 관심을 갖고 경쟁적으로 높이려는 것이 바로 국민행복지수(GNH, Gross National Happiness)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대 경제대국이지만, 국민행복지수는 세계 68위, 참 민망할 정도로 초라한 성적입니다. 더구나 소위 선진국모임이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노인빈곤률 1위라는 불명예 기록 보유국이기도 합니다.

반면 히말라야 산맥 기슭 은둔의 왕국 ‘부탄’이라는 나라는 아주 특이한 경우입니다. 물질적으로는 보잘 것 없이 가난한 나라지만, 정신적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부유한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오랜 전통문화와 깨끗한 자연환경이 보존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경제분배가 공정한 편이고, 사회복지에 대한 만족도가 큽니다. 당연히 국민행복지수는 구미 선진국들을 따돌리고 세계 최고수준입니다. 국민 100명 중 무려 97명이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낀다니 ‘샹그릴라’라는 별칭이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행복한 나라’ 부탄과 ‘불행한 나라’ 대한민국의 전통문화가 비슷하다는 것은 아이로니컬합니다. 색동저고리, 제기차기, 성황당, 곰호랑이 숭배 등등... 유사점이 셀 수 없이 많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 것이 철저한 경로풍습입니다. 부탄에서는 여전히 노인들을 엄격히 존대하고 연장자의 경륜을 예우하는 미풍양속이 살아있습니다. 그런 아름다운 경로풍습이야말로 사회를 통합하고 더 나아가 국민행복지수를 높이는 원동력으로 기능합니다. 나이 들어 공경 받을 수 있다면 그것은 누구에게든 돌아가는 보편적인 혜택이자 행복입니다.

사실 급격한 근대화의 와중에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숱한 전통문화가 사라졌거나 없어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코 경로풍습만큼은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고 믿습니다. 경로풍습은 고유의 미풍양속이며, 부탄의 사례에서 보듯 사회를 통합하고 국민행복지수를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할 것입니다. 더욱이 지금 대한민국의 노인층, 어르신들은 나라를 세우고 나라를 지키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든 분들입니다. 경로풍습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범국가적이고 전 방위적인 노력이 절실합니다.

 

 

저작권자 © 경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