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천사 동주스님 ‘파랑주의보’ 시집 출간

5월에 햇살이 화사하게 빛나던 날인 지난 28일 고행의 길을 걷고있는 법천사 주지 동주스님이 ‘파랑주의보’라는 제목의 시집을 출간했다.

▲법천사 주지 동주스님이 신도들에게 시집 발간에대한 취지를 설법하고 있다. 사진/박우열 기자
아이를 출산하는 고통에 버금한다는 시집 출간은 불법의 오묘한 세계를 시로서 담아낸 수행자의 번뇌가 고스란히 담겨있고 해탈을 하려는 그 몸부림이 시를 통해 그대로 전해졌다.

‘파랑주의보’...파고가 조금넘는 해상에서 폭풍이 오기 전 단계에서 내려진다는 파랑주의보는 그래서 우리네 인생을 그렇게 비유하면서, 시련과 어려운 역경에 봉착했을 때 가슴으로 잘 헤쳐나가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이 제목을 선택했다고 한다.

파랑주의보는 1부 ‘그리운 악어’와 2부 ‘외줄타기’ 3부 ‘아득하다’를 통해 동주스님의 아니 어쩌면 우리네의 번잡하고 고통스러운 번뇌와 희노애락(喜怒哀樂)을, 침묵같은 글로 혹은 가슴에서 우르르 쏟아내듯이 감성을 자극하며 표현해 내고 있다.

청소년기 수필과 시를 좋아하던 문학소년은 불가에 입문한 뒤 지난 2006년 <해동문학>신인상으로 등단하면서 어려서부터 품어온 시에 대한 갈망을 조금씩 풀어냈다.

이 후 지난해 ‘온 길이 없는데 갈 길이라니’라는 시집을 출간하고, 올해 ‘파랑주의보’를 출간, 생애 첫 출판기념회를 법천사에서 열은 것이다.

▲안성시 금광면 상중리 대한불교 조계종 법천사 주지 동주스님.  사진/박우열 기자
지난해 6월 안성 금광면에 있는 사찰을 구입해 법천사라는 이름을 짓고 주지로 지낸지 1년여. 그동안 많은 신도들이 동주스님의 문학적 감성과 불심 때문에 법천사를 찾는다고 한다.

칠장사 지강스님을 비롯해 무상사 세준스님 등 사찰주지 10명의 스님과 허영자 전 이화여대 교수와 시인, 신도 등 70여명이 함께 자리한 이날 출판기념회는 동주스님의 두 번째 시집 출간을 축하했다.

이날 하루 수행자가 아닌 시인 임동주로 살겠다며 부처님 전에 고했다는 동주스님은 이 자리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의미없는 것에 고민하고 번뇌하며 살고있다. 털어버리는 삶을 사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순간순간 경계에 느슨하지 말고 파랑주의보처럼 항상 준비하며 살아야 한다”고 설법을 전했다.

시인의 말

꽃 진 자리에 잎이 피고
잎 진자리에 바람이 않는다
나는 저 무한한 윤회의 우주를
담담히 건너다 본다

나는 한 때 돌이었으며 물이었으며
또한 그대였다

그러니까 나는 그때 詩였다

내가 나를 기록하는 일은
눈부시거나 눈물겹지만
오늘은 다문 입술로 그대를 불러
남루한 마음을 건넨다

다만, 간절하다

봄 이슥한 법천사 뜨락에서
임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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