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세계선수권대회, 전국체전 앞두고 맹훈련
2010년 11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대회에서 단연 빛나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안성시청 소속의 김경련 선수다. 2006년 카타르 도하아시안게임 여자 정구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하더니, 이번에는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내고, 3개 부문에 출전에 모두 메달을 거머쥐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아이스크림을 실컷 먹게 해주겠다는 말에 정구를 시작했다는 김경련 선수는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와 청각장애가 있는 어머니를 두고 어려운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정구 선수로 활약하며 힘들었던 가정환경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선수가 되어 안성시민 모두의 자랑스러운 딸로 매번 큰 감동을 안겨줬다.
그녀 나이 이제 26살, 하지만 정구 경력으로 보나 나이로 보나 고령에 속한다. 여자 정구계 최고로 명실상부하던 그녀가 이제 은퇴를 결심하고, 선수로서 남은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100여 년이 넘는 정구 역사에 기록으로 남으려 한다.

A.대회가 끝나면 가족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너무 바빴다. 금메달 소식을 듣고 친척들이 많이 올라와서 맛있는 것도 해먹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잠깐 휴식을 취하고, 응원해 준 주변 분들을 찾아다니면서 인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현재는 2011년에 열릴 세계선수권대회와 전국체전을 준비하고 있다.
Q.광저우 감동의 순간으로 돌아가, 금메달을 예상했는가?
국가대표선발전 이후 슬럼프를 겪었다. 계속 부상도 잦았고 하는 경기마다 잘 안 풀렸다. 부모님의 기대가 크실까봐 대회에 가기 전에 미리 기대하지 말라는 말도 했었을 정도였다.
혼합복식 전날 치러진 여자단체전에서 맡은 역할을 다하지 못해 마음이 무거웠다. 단체전 같은 경우는 우승을 목표로 하는데 동메달에 그친 게 나 때문인 것 같았다. 그래서 혼합복식에서 부담을 갖고 열심히 했다. 혼합복식은 세계대회에서 은메달만 세 차례였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게 되어 더욱 기쁘고 소중하다.

사진/박우열 기자
Q.현장에 부모님과 함께 하지 못해 아쉽진 않았나?
안그래도 광저우에 함께 가고 싶었는데, 아버지 몸도 불편하셔서 못 오셨다. 대신 안성시청 지헌수 감독님이 오셔서 응원해주셨다. 관중석에 계셨는데 눈물을 글썽이셨다. (웃음) 인사를 드린 후 금메달 땄다고 부모님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경기 결과를 인터넷으로 계속 확인하고 있었던 오빠가 먼저 부모님한테 우승소식을 전했다. 워낙 아빠가 무뚝뚝하셔서 “수고했다. 잘했다”고 짧게 말씀하셨다. 반면에 엄마는 (청각장애가 있어서)말로 표현은 못하시지만 애정표현을 몸으로 표정으로 정말 많이 해주신다.
Q.은퇴를 앞두고 있다던데?
정구선수들이 수명이 짧게는 5년 길게는 7~8년이다. 초등학교 3학년 시절부터 시작해서 수로서는 16년차로 선수로서는 엄청난 고령에 속한다. 현재 소속팀에서도 나이가 가장 많다. 언제까지 선수로 뛰겠다고 정해놓은 건 없지만, 다음 아시안게임대회까지는 어려울 거 같다. 그래서 마지막 출전이라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 아직 구체적이진 않지만 은퇴를 하게 되면, 우수한 정구 후배들이 나올 수 있도록 지도하거나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싶다.
Q.꽃다운 26살, 연애는 언제쯤?
운동선수에게 연애는 금기시 하는 것 중에 하나다. 운동하는데 방해요인이 될까 걱정돼서 연애하면 안 된다고들 그러는데, 저도 몇 년 전만해도 연애하는 건 꿈도 못 꿨다. 하지만 이제 나이가 됐고, 감독님도 좋은 남자 잘 골라서 시집가라고 권유하신다. (웃음)
이상형이라? 연예인으로 치면 배우 차승원 같이 남자답게 생기고, 성실한 사람이면 좋겠다.
▼지헌수 감독이 말하는 김경련 선수
김경련 선수와 8년째 함께 하고 있는 지감독은 김경련 선수를 정말 보기 힘든 선수라고 말한다. 어렸을 때부터 정구에 천부적인 기질이 있는데다 성실한 자세는 따라올 선수가 없다고. 지헌수 감독은 김경련 선수를 보면서 생긴 소원이 있다고 한다. 그 소원은 바로 정구박물관에 김경련 선수 사진을 크게 걸어주는 것과 오랜 역사를 가진 정구가 많은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생활체육 종목으로 자리매김해, 김경련 선수 뒤를 잇는 훌륭한 선수들이 많이 배출 됐으면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 감독은 “우리 딸도 김경련 선수를 보고 자극받아서, 정구를 하기 시작했다. 경련이 언니처럼 되고 싶다고 노래노래 한다”며, “정말 못하지만, 정구만큼 좋은 운동도 없어서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주고 있다”고.

김경련 선수 부모가 일하고 있는 송탄 송북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김경련 선수의 이름이 크게 적힌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광저우 금메달 소식을 축하하기 위해서, 송북시장 상인회에서 걸어둔 것이었다. 눈이 많이 내린 날에도 이른 아침부터 만두피를 직접 밀어가며 정성껏 만두를 만들고 있는 김경련 선수 아버지 김창환씨는 도하아시안게임대회 때보다 몇 배로 더 많은 인사를 받아 기분이 좋지만, 아직도 비인기종목으로 서러움을 받는 정구와 선수들이 걱정 된다고 말한다. 이어 김창환씨는 “이번 광저우아시안게임 대회 시, 경기 자체를 중계해줬더라면 많은 사람들이 정구는 어떻게 하는 스포츠인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됐을텐데 결과만 내보내줘서 아쉬웠다”며, 모든 정구선수들의 모든 아버지처럼 세계무대를 목표로 매일같이 운동하는 어린 선수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사진/박우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