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중파 방송이나 신문지상에는 앞 다 투어 구제역관련 뉴스를 쏟아 내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덤프트럭에 실은 살아있는 돼지를 쓰레기 버리듯이 구덩이 속으로 쏟아버리고 포크레인으로 뒤처리(죽임)를 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송출하고 있는 그림도 어렵지 않게 목격되고 있다. 이것이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주소 이며 축산업계의 현실이다.

하지만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초기검진 오류로 인해 전국으로 확산되고 이렇게 죽임을 당한 소와 돼지가 200만 마리가 육박할 때 까지 이렇다 할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정부당국도 안타깝고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살아있는 소와 돼지를 생매장하는 것일 뿐, 더구나 구제역 확진 판정도 받지 않은 가축까지 마구잡이로 살 처분 하는 것이 과연 최선일까? 축산농가의 입장에선 자식이나 마찬가지인 소와 돼지들이 아무 잘못도 없이 생매장 되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한다니 그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물론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살 처분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살 처분과 생매장 이전에 취할 수 있는 충분한 대책을 마련했는지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각성해야 할 대목이다. 백신접종도 마찬가지 경우다. 초기엔 고려조차 하지 않다가 좀처럼 종식될 기미가 안보이자 이젠 마구잡이로 접종하고 있지만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에 고개가 절로 저어진다.
가축들은 어쩔 수 없이 식탁에 올리기 위해 죽임을 당하는 것을 전제로 키워지는 것이지만 구제역 지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산채로 매장되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살 처분과 생매장의 대상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대책도 마련되어야 하며, 이미 살 처분을 피할 수 없는 경우라 할지라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론 안된다. 수십 수백만 두의 소. 돼지를 구덩이에 몰아넣고 포크레인 삽날로 짓이겨 죽이는 살육의 광경을 목격한 우리의 아이들은 먼 훗날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더구나 현장을 다녀온 공무원들은 말에 의하면 “그것은(생매장) 도저히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생매장 현장에 동원된 공무원들은 “며칠이고 밤잠도 설치며 악몽에 시달린다”고 했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 않겠는가. 멀쩡한 생명을 산채로 때려죽여서 묻어버리는 작업에 동원되었으니 그 고통이 얼마나 크겠는가?
구제역은 우리 선조들 세대에는 없었다. 옛날에 소를 키울 때 흙으로 담을 쌓고 바닥에는 볏짚을 깔았다. 여기에서 생기는 열로 가축이 체온을 유지하며 겨울을 날수 있었다. 또 날이 추우면 가마니로 옷을 만들어 소에게 입혀주었고 소밥을 줄 때 가마솥에 끓여 따뜻하게 주곤 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모습이 아예 사라졌다. 현재 가축들이 온갖 질병에 걸리는 것도 옛날방식이 사라져서 그런 것으로 추측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밑져야 본전 이라는 말이 있듯이 축산 농가를 대상으로 한파대비시설(보온시설)을 시범적으로 운영 해보자, 라는 주장도 어찌 보면 일리가 있는 말이다.
가축들이 전염병이나 동사를 막으려면 하우스와 같은 시설과 보온장치를 설치해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 해야만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는 주장도 허황된 말이 아니다.
선조들의 지혜만 살펴보더라도 5천 여 년 동안이나 가축을 키워온 우리 역사에서 인간의 삶과 상생을 위한 최소한의 대우를 해준 가축들이 허무하게 죽는 예는 없었다고 역설하고 있다.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제 축산 농가들은 물론, 정부도 깊은 성찰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또한 정부는 구멍뚫린 방역체계의 전면적인 재설계, 살처분에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할것이며, 비 위생적이며 반 생명적인 축산업계의 재 설계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앞으로 어떠한 변종 바이러스가 지구촌의 생명체 불특정 다수를 강타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