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용사 기념식조차 외면하는 아트홀은 누구의 공간?

“세금 내는 시민인데, 우리는 왜 안 됩니까” 안성맞춤아트홀 대관, 수년째 밀려…

2025-07-23     박우열 기자
 ▲참전용사회 하근수 회장

[ 경인신문= 박우열 기자]“이 나라를 지켰던 우리가, 우리 동네 공연장 하나 제대로 못 쓰고 있습니다. 도대체 안성맞춤아트홀은 누구를 위한 공간입니까?” 참전용사회 하근수 회장의 분노 섞인 목소리는 지역 어르신들뿐 아니라 안성 시민 누구에게나 곱씹어봐야 할 질문이다.

안성맞춤아트홀은 개관 이후 수년간 시민을 위한 대표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지만, 정작 시민들의 공동체 행사나 국가기념일에는 문턱조차 넘기 어려운 곳이라는 지적이 거세다.

특히 6.25전쟁 기념일을 앞두고 참전용사회는 매년 기념식을 아트홀에서 열고자 대관을 신청했지만, 지난 수년간 단 한 번도 승인받지 못했다. 참전용사들이 전쟁의 아픔을 되새기고, 후세대에게 평화의 의미를 전하려는 뜻깊은 자리가 아트홀의 벽에 부딪혀 매번 ‘초라한 임시 공간’으로 밀려나고 있는 현실이다.

“저희는 하루, 1년에 딱 하루만 달라고 합니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비용 내고 하겠다는 데도 ‘이미 다른 행사’라며 매번 밀립니다.” 하 회장의 말처럼, 대관 시스템은 신청 순서를 따르기에 형식상 문제는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수년간 단 한 번도 대관이 되지 않았다는 건 단순한 ‘경쟁 실패’로 치부할 수 없는 문제다.

정말로 ‘시민을 위한 공간’이라면, 국가를 위해 희생한 시민들이 국가기념일 단 하루조차 사용할 수 없다는 현실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문제는 아트홀이 수익성 유료 공연에는 문을 활짝 열면서, 시민단체나 공익 목적의 행사는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술 향유와 수익은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시민을 위한 공공시설이라면 그 본질적 균형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아트홀은 접근성에서 시민회관의 대안이 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시민들의 질문은 더욱 명확해진다. “세금으로 지어진 공연장에서 왜 시민들이 소외되는가?”, “참전용사들이 하루도 못 쓰는 공연장은 누구를 위한 건가?”

안성시 복지정책과와 아트홀 운영 주체는 “규정상 어쩔 수 없다”, “이미 정해진 순서대로 운영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는 행정 편의주의에 불과하다. 단 하루, 국가기념일인 6.25일 하루만큼은 공공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게 시민 다수의 공감대다. 행정이 조금만 더 열린 마음으로 협의하고, 아트홀이 단 하루만 예우를 보여준다면 해결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원칙 뒤에 숨어 외면한다면, 시민들은 더 이상 이시설을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6.25전쟁 75주년을 맞이한 올해도, 참전용사들은 아트홀이 아닌 다른 곳에서 조용히 기념식을 치렀다. 비용이 없어서가 아니다. 절차를 몰라서가 아니다. 문이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안성시와 안성맞춤아트홀은 지금이라도 이 물음에 답해야 한다. “이 나라를 지킨 이들도 못 들어가는 공연장이라면, 이 공간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공공시설의 존재 이유는 ‘이윤’보다 ‘시민’에 있다. 특정 단체나 계층이 아닌, 누구나 적절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조율하는 것은 행정의 몫이다. 안성시는 안성맞춤아트홀이 진정한 ‘시민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금이야말로 실질적인 제도적 개선과 열린 행정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