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 스님 소신공양” 대한불교조계종 스스로 선택으로 판단
[ 경인신문= 박우열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대변인 기획실장 우봉 스님은 30일 서울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자승 스님이 “종단 안정과 전법도 생을 발원하면서 소신공양(燒身供養) 자화장으로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밝혔다. 소신공양은 불교에서 자기 몸을 태워 부처 앞에 바치는 것을 뜻한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칠장사 화재 현장에서 입적한 조계종 전직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스스로 분신을 선택한 것으로 결론을 냈다.
자승 스님은 "생사가 없다 하나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라는 열반송(스님이 입적에 앞서 수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후인들에게 전하기 위해 남기는 말이나 글)을 남겼다고 조계종은 전했다.
1954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자승 스님은 열여덟 살이 되던 해인 1972년 해인사에서 지관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74년 범어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1986년 총무원 교무국장을 거쳐 10대, 12~14대 중앙종회 의원으로 종단 중앙무대에서 활동했다. 4대 종책모임(화엄회·무량회·보림회·무차회)을 아우르는 특유의 친화력과 정치력을 바탕으로 2009년 55세의 젊은 나이로 제33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총 317표 중 290표라는 역대 최고 지지율로 당선됐다.
이어 2013년 34대 총무원장 재선에도 성공한다. 2004년부터는 은사인 월암 정대 스님이 만든 은정불교문화진흥원 이사장을 맡았고, 2011년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의장으로 활동했다. 2022년에는 상월 결사를 결성한 뒤 부처의 말씀을 널리 퍼뜨리는 전법 활동에 매진해왔다. 최근에는 불교계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대학생 전법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자승 스님은 그야말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자승 스님의 권세는 "종정 위에 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회자할 정도였다. 종정은 조계종 대종사로 종단 내 최고 어른을 말한다.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던 스님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조계종 내 권력 구도가 재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당장 동국대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건학 위원회, 봉은사 회주, 상월결사 회주, 은정 재단 등이 리더십 부재로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조계종 총무원장을 중심으로 종단이 일치단결해 이번 일을 원활히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조계종은 총무원장인 진우 스님을 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꾸려 서울 종로구 소재 총본산인 조계사에 분향소를 마련할 예정이다. 종단 규정에 따라 장례는 조계종 종단장으로 모시기로 결정됐다.
분향소는 이날 오후 3∼4시 무렵에 준비될 것으로 예상되고 5일 동안 운영된다. 영결식은 장례 마지막 날인 다음 달 3일 오전 10시 조계사에 엄수되고, 이후 다비식은 자승 스님 소속 본사인 용주사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조계사에서 전직 총무원장의 종단장을 엄수하는 것은 자승 스님이 첫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