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주민 명의 빌려 수차례 가축질병 보상금 받아

▲질병보상금 편법 편취 의혹을 받고 있는 안성시 죽산면 모 사슴농장                    ⓒ 경인신문

 [경인신문 = 안성 박우열 기자] 안성시 죽산면 모 사슴농장 대표가 같은 동네주민들의 명의를 빌려 기르지도 않은 사슴을 기르다가 질병이 걸린 것처럼 꾸민 후 경기도 안성시로부터 가축질병보상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마을 주민 A씨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0월경 사슴목장 대표 K씨로부터 ‘다른 사람으로부터 돈을 받을게 있으니 통장을 빌려 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이에 A씨는 한마을에 사는 처지라 거절할 수가 없어 쾌히 승낙했다.

또, 농장주 K씨는 A씨에게 사슴을 직접 키우는 것처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후 K씨는 A씨가 직접사슴을 키우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사슴 변과 집기 등을 A씨 집 마당에 옮겨놓고 사슴을 키운 것처럼 꾸며 안성시로부터 가축질병관련 보상금으로 약 628만원 을 A씨의 통장으로 받게 했다. 결국 농장주 K씨는 타인의 명의를 빌려 키우지도 기르지도 않은 사슴을 키우다가 질병에 걸린 것처럼 꾸며 국가보조금(가축질병보상금)을 편취한 것.

이 같은 일은 이번뿐만 아니다. 농장주 K씨는 지난해 6월 경 앞 동네에 사는 B씨에게 접근해 집 앞마당을 빌린 후 임시 축사를 만들고 다른 곳에서 수차례에 걸쳐 질병이 걸린 사슴을 가져와 마치 B씨가 사슴을 직접 키우다 질병이 발생한 것처럼 공모해 사슴10여 마리에 대한 보상금으로 안성시로부터 약 6780만여 원을 B씨의 명의로 수령케 했으며 농장주 K씨는 그 대가로 480여만 원을 B씨에게 건네주고 나머지 금액을 편취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에 농장주 K씨는 인터뷰에서 "우리 농장에서 질병이 발생하면 1~2년간은 사슴을 키울 수가 없어 타인의 명의를 빌려 보상금을 받게 된 것"이라면서,"일부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법의 심판을 달게 받을 것"이라며 잘못을 인정했다.

명의를 빌려줬던 A씨는 "K씨는 선량한 동네 주민들을 범죄의 도구로 이용한 비겁한 사람"이라며, "수사당국은 교묘한 수법으로 국가보조금을 편취하고 있는 이들의 점조직을 철저히 수사해 음성적으로 만연하고 있는 보상금을 노린 사기수법의 전모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A씨는 농장주 K씨에게 "부정한 방법으로 수령한 보상금이니 안성시에 자진 반납할 것"을 권유했다고 말하며 부정하게 받은 보상금을 돌려주기 위해 안성시를 찾았지만 시 담당자는 "당시 절차를 거쳐 지급된 예산이기에 돌려받을 만한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A씨는 안성경찰서를 찾아가 부정한 방법으로 보상금을 받은 사실을 알리자 "피해자가 안성시기 때문에 안성시에서 고발이나 수사를 의뢰하면 조사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러는 사이 A씨와 농장주 K씨는 극도로 감정이 나빠지기 시작했고 A씨는 농장주 K씨에게 부정으로 수령한 돈을 시에서도 받을 근거가 없다고 하니 차라리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기부하자라는 제안을 했고 A씨와 B씨, 농장주 K씨와 부인 등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이후 A씨는 사회 환원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농장주 K씨와 함께 다니면서 시설이나 성당, 봉사단체, 장애인 단체, 신문사 등 모두 11곳 (약 3300여만 원 상당)에 기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농장주 K씨는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협박당했다며 A씨와 B씨를 검찰에 고소했다. 농장주 K씨는 "이들이 부정하게 취득한 돈이니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며 매일 괴롭혔으며, ‘관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이다’, ‘공무원인 자녀들에게도 지장이 있을 것이다’, ‘세무조사를 받게 하겠다’ 라는 등의 협박을 당했다"고 토로했다.

농장주 K씨를 도와 보상금을 수령해준 주민 B씨는 "범죄인줄 모르고 농장주 K씨가 부탁하기에 편의를 봐주기 위해서 집 앞마당까지 내 줬는데 오히려 협박을 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라며, "아무것도 모르고 한일이지만 범죄가 된다면 법의 심판을 받겠다"고 말했다.

또 A씨는 "평소 봉사도 많이 하고 착해보였던 동네 형님이라 부탁을 들어 줬는데 어쩌다 공범이 됐다"면서, "늦게나마 이것이 범죄인줄 알고 안성시와 경찰서에 상의를 했는데 정작 K씨는 반성은 하지 않고 오히려 협박을 당했다며 고소를 하다니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어차피 범죄에 가담한 공범신세가 됐지만 병든 사슴들을 구해와 타인의 명의를 빌려 상습적으로 국가보조금을 빼먹는 아주 나쁜 사람들을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상부 질의와 내부 회의를 통해 부정한 방법으로 수령한 사실이 확인 되면 환수조치와 함께 수사기관에 고발할 예정"이라며,"앞으로 같은 방법의 부정수령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를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마을에 사는 주민 C씨는 "지난 2011년~12년 사이에도 40마리가 넘는 사슴에 대한 보상금으로 안성시로부터 억대가 넘는 보상금을 수령한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는데 농장주 K씨에게 사실을 확인하자 "당시 6~7억을 받아야 하는데 손해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부 유통업자들은 경기도 이천과 아산시 음봉면, 충북 제천 등의 지역을 돌며 질병에 걸린 사슴들을 부정유통하고 있다는 제보도 잇따르고 있어 이들에 대한 철저하고도 대대적인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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