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예비후보자들의 공약경쟁이 끓어오르고 있다. 통상적인 공약에서부터 특정 연령층을 겨냥한 공약까지 그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아보자고 내놓은 것이긴 하지만 지역 발전을 위한 나름의 구상인 만큼 하나하나 들여다볼 만하다. 다만 이들 공약들의 경우 구체적인 실현 방안 등이 결여된 채 그럴듯한 이름과 장밋빛 청사진만을 부각시키면서 21대 총선도 ‘公約’이 아닌 ‘空約’에 그칠 가능성은 우려로 남는다.

특히 기업 유치는 여전히 주요 공약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혹시나 하는 기대를 넘어 황당하기까지 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마음 급한 예비후보들의 입장에선 어떤 장담이든 할 수밖에 없다. 우려는 있지만 그들을 탓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일부 대안 없는 과도한 공약이 자칫 정치 불신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은 걱정스럽다. 공약은 말 그대로 지켜질 수 있고 지켜야 하는 ‘공공의 약속’이어야 한다. 공약 제시에 보다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더불어 민주당은 공공 와이파이 시설을 전국에 5만여 개 구축해 무료 와이파이를 확대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미래통합당(자유한국당)은 탈원전 정책 폐기를 통한 값싼 전기 제공 등을 '1호 경제 공약'으로 내놓았다. 정의당도 월세에 거주하는 일정 소득 이하 청년에게 월 20만원의 주거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2호 공약'을 제시했다. 국민들의 손에 뭔가를 쥐여 주겠다는 약속들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을 보면 때가 때인 듯싶다.

여야가 공히 유권자의 귀에 솔깃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재정건전성 강화와 탈원전 저지를 근간으로 한 미래통합당의 '1호 경제 공약'은 실질적 대안보다 현 정부의 정책실패를 부각시키는 데만 초점을 맞춘 인상이다. 여당의 1호 공약은 재원조달 방안이 허술한 데다 정확한 비용·편익 분석을 거친 결과인지 의문이 들게 한다. 2022년까지 전국에 공공 와이파이를 5만3000개 설치해 가계 통신비를 줄이겠다지만, 이미 5G 데이터무제한요금제 가입자가 80%에 이른 마당에 실효성이 적다. 3년간 5780억 원의 사업비도 정부와 민간 사업자 모두에게 큰 부담이다.

특히 사상 초유의 18세 유권자를 탄생시킨 선거법 개정을 주도한 범여권 정당들이 청년층에 선거전의 과녁을 맞추고있다. 며칠 전 정의당이 제시한, 만 20세 청년 모두에게 현금 3000만원을 주는 '청년기초자산제'가 대표적이다. 그것도 모자라 정의당은 병사 월급을 100만원으로 올리겠다고도 했다. 그러니 다른 당들도 경쟁적으로 청년 '표심' 잡기 경쟁에 뛰어들 참이다. 구직활동 중인 20대 청년에 연 1천만 원을 지급하는 청년수당제와 청년주택 도입 등이 그것이다. 학자금 대출 탕감이나 창업 빚 탕감, 생애 첫 반값 주택 등도 귀를 솔깃하게 한다.

유권자들은 제시된 공약을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후보자가 어떤 공약을 제시하고, 관철할 수 있을지를 평가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인지, 주어진 예산 범위 내에서 실현 가능한 것인지 등을 꼼꼼히 살펴 ‘空約’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좋은 공약을 제시하고, 이를 반드시 실현할 수 있는 훌륭한 지도자가 나와 우리의 삶이 더욱 품격 있고 행복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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